“(폭력) 경험자로서... 그래서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 노력 중입니다."
이상열(56) KB손해보험 감독이 자신의 폭행 과거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감독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우리카드와 경기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민감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요즘 배구계가 뒤숭숭한데 선수들에게 해준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감독은 “저는 (폭력) 경험자이기 때문에…”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폭력 가해자가 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후배들에게 전했다.
이 감독은 12년 전인 2009년 남자배구 대표팀 코치 시절 당시 주축 선수였던 박철우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징계 2년 만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현장에 돌아왔고, 대학 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 등을 거쳐 지난해 KB손해보험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에는 남자 배구계 대표 공격수로 많은 공을 세운 이 감독의 공로를 감안해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이 감독은 “세상이 예전 같지 않다. 우리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대가가 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이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더라”라면서 “사과할 부분은 해야 하고 앞으로도 철저히 조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폭력이 결국)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를 빼앗아 가지 좋게 넘어가진 않는다. 인과응보가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지금은 사죄하는 자세로 살아간다고 했다. 그는 “우리 (KB손보)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이다”라며 “배구계 선배로서 좀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를 많이 쓰곤 있습니다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금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판단은 배구 팬들의 몫으로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감독은 엄동설한에 얼음 계곡에 뛰어드는가 하면 정동진 수영, 다이어트, 금연·금주 등 ‘괴짜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선수들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지난 3일 대한항공과의 졸전(0-3패) 이후 “이런 식이라면 모두 배구 그만둬야 한다”라며 격노했지만 이후 "생각이 짧았다"고 선수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17일 경기 중에도 선수들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즉석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해 선수들에게 돌리는가 하면, 블로킹에 애를 먹는 센터진에 “블로킹 너무 봐준다. 블로킹 언제 할 거야?”라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 감독은 “별짓(작전)을 다 했는데 (분위기 전환이) 안 됐다. 그래서 커피로라도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주려고 했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