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경제 실패를 자인한 것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어떤 면에서는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했다. 또 잇따른 남북 협력 제안에도 북한이 무(無)반응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혼자서 모노드라마(일인극)를 쓰는 심정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장관은 이날 YTN 뉴스특보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북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 사정이 굉장히 좋다, 양호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질적이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젊은 지도자답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성과 지표들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8차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에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경제 실패를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노동당 최대 정치행사이자, 그간의 성과를 과시하는 장(場)인 당 대회에서 이례적으로 경제 실패를 강조한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이른바 ‘작은 교역’, 인도적 협력 등 관계 개선을 끊임없이 제한했음에도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평양에서 아직 아무런 답이 없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혼자서 모노드라마를 쓰는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전력을 다해 상반기 중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문제와 관련, “하루라도 빨리 살아계실 때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코로나19로 어렵다면 화상상봉이라도 이뤄지게 영상편지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북쪽을 향해 노크하고 있다”고 했다. 북측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선 “우선 우리 국민의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백신 접종과 관련해 협력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음달 예정된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선 “통일부 장관 입장에선 군사보다는 평화를 바란다”며 “좀 더 유연하고 지혜롭게 결론을 도출하는 게 어떤가 그런 측면에서 연기하는 건 검토할만하다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여파로 중단된 북ㆍ미 간 대화에 대해선 “아직 북미간 실질적 접촉을 통해 대화를 한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다”며 “서로 경직되게 갈등과 충돌로 북미 관계를 시작하기보다는 신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