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가 1년 1개월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해 방역 자신감을 대내외에 표출했다. 그러나 모처럼 외출을 즐긴 리설주와 달리 북한 주민들의 일상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안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을 끌어올리고, 이를 사상 통제에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지난 16일 김 위원장 부부가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가 마스크 없이 나란히 앉아 함께 웃는 사진도 여러 장 공개했다. 리설주는 이전 북한 최고지도자 부인과 달리 주요 행사마다 김 위원장과 동행하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왔지만, 지난해 1월 25일 이후 공개 활동을 전면 중단해 임신ㆍ출산설부터 김 위원장과 불화설까지 온갖 추측이 제기됐다.
북한은 리설주를 재등장시켜 각종 소문을 잠재우고, ‘코로나 청정국’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리설주가 코로나19 방역 문제 때문에 등장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 자취를 감춘 시점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였다. 감염 우려로 원산 등 지방 별장에 피신했던 그가 다시 수도 평양에 나타난 건 곧 방역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일반 주민 고통은 가중되는 추세다. 국경 봉쇄 장기화로 경제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사상통제 고삐까지 죄고 나선 탓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제8차 당대회, 당 전원회의에서 내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 척결”을 주문했다. 외부 문물을 '악성 종양'에 비유하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새로 채택하기도 했다.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 처벌도 기존 징역 5년에서 15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북한이 공중 보건 문제인 감염병을 주민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위해 ‘일심단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고강도 통제에 대한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이날 미국의소리 방송에 “당대회 준비 기간부터 코로나 차단이 구호가 되고, 정치화됐다”며 “북한이 외부 세계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공격하는 데 감염병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