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유발하는 티빙 '여고추리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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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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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중 명문이라는 새라여고 2학년 2반에 5명이 전학 온다. 그런데 이 학교 뭔가 수상쩍다. 반 친구들은 이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교사들도 속으론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관심사는 오직 성적이 우수한 학생만 모아놓은 새라여고의 자랑, S반에 누가 들어가느냐뿐. 5명의 전학생은 등교 첫 날 운명처럼 추리반에 가입하고, 30년 전 이 학교에서 일어난 엄청난 사건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다. 대체 학교는 뭘 감추고 있는 거지?

여고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사건과 그 속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뭉친 추리반의 활약을 담은 미스터리 어드벤처 예능 '여고추리반'이 화제를 몰고 있다. tvN '더 지니어스'와 '대탈출' 시리즈로 장르 예능을 개척, 팬덤을 구축한 정종연 PD가 만들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선보이는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에서다.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지지를 업은 '여고추리반'은 매주 금요일 새로운 회차가 공개될수록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과몰입을 부른다"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한번 보면 끝까지 봐야" 믿고 보는 정종연표 추리예능의 진화


'여고추리반'은 정종연표 추리예능을 이으면서 동시에 더 멀리 확장해 나간다. 정 PD는 3년 전 방송된 '대탈출' 태양여고 편을 통해 여고를 배경으로 하는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보듯 여고라는 장소가 가진 이야기성에 끌린 것. 하지만 클리셰를 따르진 않는다. '여고추리반'은 대한민국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색다른 재미를 주는 예능이다.

지금까지 선보인 추리예능과도 분명한 차별점을 뒀다. 정 PD는 지난달 18일 열린 비대면 제작발표회에서 "(에피소드식 구성의) 전작과 달리 '여고추리반'은 모든 회차가 하나의 큰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 미니시리즈처럼 진행된다. 한번 시청하면 끝까지 봐야 큰 떡밥이 해결되는 형태"라고 말했다.

그래선지 세계관의 밑그림을 그리느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초반 회차만 견뎌내면 자연스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다" "과몰입을 부른다"는 반응이다. "단지 웃음만이 아니라 손에 땀을 쥐고 보게 하거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호기심을 불러 집중해서 보게 하는 것 역시 예능이 주는 다양한 재미 중 하나"라는 정 PD식 예능론이 정확하게 통한 지점이다.


'추리여왕' 박지윤·'문명특급' 재재... 신선한 여성출연진 조합



여성들로만 이뤄진 출연자간 케미스트리 역시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국내 추리예능의 시초인 JTBC '크라임씬'에서의 대활약으로 추리여왕 타이틀을 얻은 방송인 박지윤이 중심을 잡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코미디언 장도연은 개인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박지윤의 원맨쇼가 아닐까 하는 우려는 래퍼 비비와 걸그룹 아이즈원의 최예나를 통해 깨끗하게 사라진다. 최근 예능 트렌드를 이끄는 SBS 유튜브 '문명특급'의 진행자 재재는 이 작품이 최초의 타사 예능 고정 출연으로 또다른 관심을 모았다. 출연자 섭외 시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인지도를 우선에 두는 기존 예능이었다면 나올 수 없는 조합이다. 실제로도 티빙이 겨냥하는 MZ세대를 고려한 캐스팅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맏언니격 박지윤과 막내인 최예나는 20세라는 나이 차가 나는데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리 없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극중 동급생 설정인 만큼 박지윤과 최예나도 서열 없이 서로 반말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 박지윤은 "예나와 제 케미가 가장 좋다"며 "한번은 녹화하다가 이대로 못가겠다, 사건을 더 해결하고 싶다고 하교를 거부할 정도로 멤버간 케미가 올라갔다"고 전했다.


"MZ 노린다" 티빙의 첫 오리지널... 승부수 통할까


향후 3년간 콘텐츠 제작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 하에 티빙은 그 첫 타자로 정 PD를 점찍었다. 티빙에 따르면 '여고추리반' 시청자 중 50% 이상이 MZ 세대다. 유튜브에 공개되는 예고 영상이 인기동영상 1위에 오르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는 등 MZ세대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게 티빙 측 판단이다.

티빙 관계자는 "'여고추리반'은 첫 오리지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티빙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예능인 '대탈출3' 시청자 수(UV)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매주 금요일 공개되면 티빙 인기방송 순위 1위에 랭크되고, 실제 유료 회원 수도 증가하는 등 티빙 내에서도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OTT 콘텐츠로서 강점도 분명해 보인다. '여고추리반'은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촬영이 이뤄지는 세트장은 실제 충남의 한 폐교 전체다. 최대 카메라 200대로 찍었던 '대탈출' 때보다 더 많은 카메라로 촬영을 한다는 게 제작진의 귀띔. 정 PD는 "방송 심의에서도 자유로워 표현 방식도 보다 자유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노지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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