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리복과 ‘15년 동거’ 마침표

입력
2021.02.17 09:02
다음달 처분절차 시작 예정

세계 2위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가 산하 리복을 매각하거나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라이벌 나이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를 인수한 지 15년 만이다.

로이터통신과 CNBC방송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아디다스가 리복 처분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리복 매각은 내달 10일 2020년 실적을 공시하면서 발표 예정인 5개년 계획의 일환이다.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리복과 아디다스는 독립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훨씬 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별을 공식화했다.

아디다스는 2006년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리복을 38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세계 1위 업체인 나이키가 장악한 미국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서였다. 당시 리복 인수로 아디다스가 전체 스포츠 의류ㆍ신발 분야의 20%를 차지하면서 세계 시장의 3분의1을 점유하는 나이키와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인수 후에도 리복의 실적 부진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나이키와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고, 투자자들로부터 지속적인 매각 압박에 시달렸다. 리복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4억300만달러(약 4,441억원)로 1년 전보다 7% 감소했다. 계속된 매출 하락 여파로 지난해부터 아디다스가 리복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회사 측은 “매각 계획이 없다”며 리복과의 동거를 이어왔다.

우선 아디다스는 올해 1분기부터 리복을 ‘폐지된 사업부문’으로 공시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잠재적인 인수 대상자로 미 의류기업 ‘VF코퍼레이션’과 ‘어센틱브랜드그룹’, 중국 스포츠브랜드 기업 ‘안타그룹’을 꼽고 있다. CNBC방송은 금융업계 관계자를 인용, “리복의 기업가치가 10억유로(약 1조3,400억원)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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