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업무 제대로 하세요" 한전 사내 게시판 부글부글

입력
2021.02.18 05:30
승진시험 탈락자 구제 기준 불만
사측 실수엔 추가 합격자 올리고
부정행위 피해자엔 "합격 안 돼" 
내부 게시판 무원칙 인사 성토



요즘 한국전력공사(한전)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내 익명게시판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해 말 치러진 승진 시험 과정에서 인사본부가 업무 실수로 인적성 검사 응시 통보를 하지 않아 탈락한 송변전직군 직원을 뒤늦게 추가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특히 인사본부가 앞서 부정행위자 합격 무효 처리 후 발생한 사무직군 승진 결원에 대해선 추가 합격자가 없다고 밝힌 터라, 게시판엔 원칙 없는 인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19일 '2021년도 3직급 사무·송변전직' 승진 시험을 실시하고 같은 달 30일 사무직군 69명과 송변전직군 45명 합격자를 각각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초 사무직 승진 합격자 한 명이 "시험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본보 1월 22일자 12면 보도)고 자진 신고하자, 한전은 해당 직원에 대한 합격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추가 합격자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무직군 결원을 보충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부정행위로 인해 억울하게 차순위로 밀린 직원에게 추가로 승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내 익명 게시판을 통해 성토를 쏟아냈다. 하지만 인사부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송변전직군 승진 시험에 응시했다가 '인성 적합판정 시험 미응시자'라는 이유로 탈락한 A씨가 나중에 따로 인성 검사를 받고 추가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인사규정상 간부(3급) 승진 대상자는 승진 시험 전에 인성 적합판정 시험를 통과해야 하는데, 인사부서는 실수로 A씨에게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A씨는 이번 승진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았지만 합격자 명단에 자신이 없자, 이의제기를 통해 구제됐다.

이 때문에 송변전직군 승진 합격자는 인사본부가 사전 공고한 승진 예정 인원(45명)보다 1명이 늘어난 반면 사무직군 승진 합격자는 당초(69명)보다 1명이 줄었다.

직원 B씨는 "인사부서가 자신들의 업무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는 규정까지 어기면서 추가로 합격시켰다"면서 "사무직군 당초 공고 인원대로 차순위자를 승진시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내부 무기명 게시판에도 "1명 추가 합격, 인사처 장난?", "승진 시험 같은 사건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두개의 다른 사건", "인사처 심각하네 개판이네 진짜" 등 인사부서를 비난하는 댓글로 뒤덮였다.

이에 대해 한전 인사본부 고위 간부는 "예전에 없던 일들이 일어나 법무법인에 법적인 견해를 물어서 조치했다"면서 "송변전직군 직원은 '인적성 시험 시스템' 오류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에 단독 인성검사를 거쳐 추가 합격시켰다"고 해명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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