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야 교섭단체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인사위원 추천기한 마지막 날인 16일에도 야당이 결국 인사위원 추천을 거부했다. 공수처는 이날 자정까지 국민의힘이 추천할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인사위원 추천 재요청 준비 작업에도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열흘 정도의 2차 기한'을 다시 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야당 몫' 인사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았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 2일 "여야가 각각 공수처 인사위원 2명을 16일까지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담은 공문을 국회로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나기주·오영중 변호사를 추천한 반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기한(16일 자정)에 맞춰 인사위원을 추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민주당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지명하지 않으면, 공수처 인사위원도 추천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실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해 처장을 임명한 뒤,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자기들 목적(공수처 출범)을 달성한 이후 나 몰라라 뭉개는, 조폭 수준의 저급한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공수처는 국민의힘이 마지막 순간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의 수에도 대비하고 나섰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확한 추천 기한은 16일 자정이기 때문에, 그때까진 당연히 기다려 봐야 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추천해주지 않을 때를 대비해 내부 인사 조직에서 국회에 보낼 추천 재요청 공문 등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국민의힘이 추천하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요청할 것"이라며 "열흘 정도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 선발은 '서류ㆍ면접 심사→인사위원회 심의ㆍ추천→대통령 임명' 절차로 이뤄진다. 현재 공수처는 외부위원을 대부분 선임해 인사위만 구성되면 서류ㆍ면접 심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공수처는 애초 다음달 중 수사인력 인선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4월쯤 '1호 사건 수사'에 돌입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추천 재요청이 이뤄지면 이 같은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국민의힘 추천 인사위원을 제외하고 인사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끝까지 인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지'라는 질문에 "인사위원회 운영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현행 공수처법에는 검사 선발 등을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만이 있다는 점에서, '법상 문구만 보면 꼭 야당 추천위원이 포함돼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런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공수처 관계자는 "김 처장은 후보자 신분일 때도 인사위 구성 등 검사 선발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구하겠다고 했다"며 "이 기준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부터 인사위원 추천을 받아 인사위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