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 간 '풋옵션'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어피너티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안진)을 엄중 제재해 달라"며 금융당국에 진정을 냈다.
최근 검찰이 어피너티와 안진 실무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교보생명의 진정까지 어어지면서 내달 예정된 국제중재를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16일 교보생명은 "최근 기소된 안진 소속 회계사와 안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제재 조치를 간청하는 진정서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너티와 안진은 검찰 수사로 드러난 공모 혐의가 통상적인 (의견 조율) 과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등 스스로 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부정한 청탁을 받고 부당한 이익을 수수한 안진의 행위로 주주 간 분쟁이 격화됐고 교보생명의 경영 안정성과 평판도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안진 회계사 3명과 안진 측에 교보생명 주가 산출을 의뢰한 어피너티(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 관계자 2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안진이 교보생명 지분을 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를 뜻하는 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정할 때, 어피너티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 주는 대신 청탁을 받았다고 봤다.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공소장에 "어피너티는 교보생명 가치평가에 적용할 평가방법, 비교대상 기업, 거래 범위와 가격까지 결정해 안진에 전달했다"며 "안진은 이를 반영해 어피너티에 유리하도록 높게 평가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이들이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진 관계자는 "전문가적 기준을 고수하면서 업무를 진행했다고 자신한다"며 "추후 열릴 재판에서 무혐의 입증을 위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피너티 측도 "적정가치 산정 과정에 의뢰인과 회계사 간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며 이런 사안으로 기소된 전례는 없었다"며 반발하는 상태다.
앞서 2012년 어피너티 등 재무적투자자들은 교보생명 상장을 전제조건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했다. 상장이 불발되면 지분을 되사는 조건의 풋옵션을 내걸었다. 상장이 계속 미뤄지자 2018년 10월 어피너티가 신 회장 측에 안진이 평가한 주가(40만9,000원)로 풋옵션 행사를 통보하면서 분쟁은 본격화됐다. 이듬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국제중재로 이어졌고 내달 15일 2차 중재인 청문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