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남의 쓰레기로 30년간 고통… 수도권매립지 폐쇄가 답"

입력
2021.02.22 04:30
14면
[이슈, 단체장에게 듣는다] 박남춘 인천시장
"서울·경기, 매립지 더 쓰겠단 생각 버려야"
"대체지 후보 무관하게 2025년 문 닫을 것"
"일회용품 반입금지? 불편해도 실천해야"
"인천이음 카드 안착·미군부대 반환 성과"

서울시와 경기도 쓰레기는 인천 땅에 묻힌다. 그게 올해로 30년째다. 작년 한 해 인천에 묻힌 폐기물이 234만톤에 달한다. 인천 서구에 축구장 2,240개 크기의 매립지가 있고, 그 주변으로 폐기물 처리업체 700여개가 운집해있다.

박남춘(62) 인천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공약했다. 현재 사용 중인 3-1매립장이 포화하는 2025년 8월을 그 시점으로 제시했다. 실현 가능성에 모두가 물음표를 달았다. 그러나 작년 11월, 박 시장이 인천 자체 매립지와 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안팎에서 들끓었다. 박 시장은 "1년 반 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선 결코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다”면서도 “매립지 폐쇄 문제를 덮어놓고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억척스럽게 밀어붙이면서 국내 환경 이슈 전반에 불을 붙이고 있는 그를 지난 3일과 18일 서면과 대면으로 인터뷰했다.

-더 쓸 수 있는 매립지 문을 닫는 것은 수도권 전체를 봤을 때 비효율적 아닌가.

"2016년 닫았어야 했던 매립지다. 준비 부족으로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폐기물은 발생지 처리가 원칙이지만, 인천시민은 남의 쓰레기로 30년간 고통받았다.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다른 지역에선 모른다. 산업단지, 공항, 항만이 밀집해 있고, 발전시설은 생산량의 60%를 서울·경기에 공급하고 있다. 환경적 부담이 크다. 우리 시민도 건강하고 깨끗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환경부와 서울·경기는 대체지 확보 불발 시 매립지를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매립지를 더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환경부와 서울·경기의 대체 매립 후보지 공모가 지난달 14일 시작됐다. 누가 나설지 모르지만, 대체지 확보 여부와 무관하게 2025년 매립지 사용을 종료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체매립지 선정도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이번 공모는 총반입량의 77%에 달하는 산업건설 폐기물 대책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굉장히 아쉽다. 폐기물이 뒤섞여 환경 정의에 어긋나는 공간만 하나 더 늘어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2015년 4자 합의’에서 대체 시설을 구하지 못할 경우 현 매립지 잔여 부지를 쓰기로 한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합의의 핵심은 매립지 사용 연장이 아니라 종료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그 단서 조항에 매달려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소홀했다.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종료를 관철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서울시는 이미 소각장 조성을 추진하는 등 대비에 들어갔고 경기도도 마찬가지이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 대내외에 이를 천명한 인천시는 관내서 발생한 쓰레기를 자체 처리하기 위한 매립지와 구역별 소각장 위치 선정 등 구체적 행동에 나섰다. 최근엔 구체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특히,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해 대대적인 쓰레기 감축에도 들어갔다. 이달 초부터 일회용품 청사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내달부터는 시의회와 시 산하 직속기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사업소·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교육청, 구·군 등 지역 내 모든 공공기관 청사로 확대 적용된다.

-시청사 일회용품 반입 금지로 불편함은 없나.

"왜 불편하지 않겠나. 그런데도 큰 불만 없이 모든 직원들이 동참하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녹색도시 인천은 이런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당장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친환경 행보는 다른 지역 공공청사는 물론 민간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자체 매립지와 소각장 설치에 해당 지역의 반발이 적지 않다.

"매립 후보지로 발표한 옹진군의 에코랜드(자체 매립지)가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조성되고 운영될지 알리면 반발은 잦아들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 남양주 친환경 매립지를 찾아 확인한 결과, 현재 옹진지역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은 없었다. 또 해당 지역민의 만족도도 높았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주민들과 함께 둘러볼 계획이다. 자원순환센터(소각장)도 일부 반대가 있지만 대화협의체를 구성해 갈등 해소에 나서겠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득해 나가겠다.”

인천 옹진군에 들어설 가칭 '에코랜드'는 친환경 매립지를 표방하고 있다. 현 매립지처럼 쓰레기를 직접 매립하는 게 아니라, 소량의 소각재와 타지 않는 폐기물만 지하 30~40m에 매립한다. 지하에 고강도 차수막을 설치하고 지상은 돔이나 건축물로 완전 밀폐해 냄새나 침출수에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천시는 매립 완료 후에는 공원과 체육시설로 조성, 수도권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계획도 검토 중이다.

-산업·발전시설 탓에 인천시의 ‘환경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 어느 정도인가.

"산단과 공단이 13곳이나 있는데 또 남촌산단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산단과 공단에 공장만 모여 있어선 안 된다고 본다. 이를 뜯어고치려고 한다. 문화시설을 조성해 밤에는 문화도시로 사람이 모이게끔 하겠다. 영흥화력발전소 등 발전시설은 지역자원시설세 몇 푼 늘리는 것으론 해결할 수 없다. 조기 폐쇄 등을 추진해야 한다. 항만과 공항도 도시 환경적 측면에서 역효과가 크다."

-지난 3년 시정 평가와 향후 계획은.

"수돗물 사태에 코로나19까지 민방위복을 벗을 틈이 없었다. 그 와중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월미바다열차 개통, 부평 미군부대 캠프마켓 반환, 제3연륙교(영종~청라) 14년 만의 착공, 지역화폐 '인천이(e)음' 카드 안착 등 굵직한 성과들이 많다. 그러나 매립지 사용 종료, 원도심 균형 발전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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