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폰의 무덤'으로 유명한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난해 삼성전자가 7년 만에 두자리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후면에 '삼성' 로고를 제거한 동시에 현지 브랜드 보다 앞서 5세대(5G)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MM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1%로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일본 시장점유율에서 10%를 넘긴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1위는 46.5%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애플이, 2위는 12%를 가져간 샤프에게 돌아갔다. 이어 소니(7.6%)와 후지쯔(7.3%)가 삼성전자에 이어 4위와 5위를 마크했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국내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크지만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에겐 여전히 높은 벽이다. 대다수 일본 소비자들의 경우엔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데다, 반한 감정도 적지 않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3%대까지 떨어진 배경이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들어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쟁력은 자체 기술만 고집하고 내수에 몰두하면서 급락했다. 통신 장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기술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했다. 파나소닉은 2013년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고 소니 역시 2019년 스마트폰 사업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샤프도 유럽 시장에 진출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전사적인 노력에 나섰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2015년부터 일본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에 삼성(SAMSUNG) 로고 대신 갤럭시(GALAXY) 로고를 부착하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에 체험형 공간인 '갤럭시 스튜디오'를 열면서 현지 마케팅도 강화했다.
5G로 통신 기술이 진화하면서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왔다. 일본 현지 업체들은 5G 기술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 등 프리미엄 제품 뿐 아니라 중저가 5G 단말기까지 출시하면서 일본 내 5G 수요를 공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2019년 5월 일본 현지 1위 통신사 NTT도코모와 2위 KDDI 본사를 방문해 5G 장비 및 스마트폰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아직까지 피처폰이 매년 10% 가량 판매되는 독특한 시장"이라며 "현지 업체들의 높은 벽 때문에 철저한 시장분석과 현지화가 없으면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