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예요?" 매일 낯선 이에게 꼬리 흔들다 실망하는 떠돌이 개

입력
2021.02.12 10:00

어떤 일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계속될 때, 몸과 마음이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벌써 5년째, 매일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산다는 개의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황구구에 있는 작은 건물 주차장에는 강아지 '다황(Da Huang)'이 살고 있습니다. 가족이 없는 다황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 입구를 바라보거나 인근을 배회합니다. 과거에는 다황도 함께 살던 가족이 있었습니다. 주차장을 관리하던 남성 '센(Shen)' 씨였죠. 거리를 떠돌던 다황에게 밥과 물을 챙겨주다 입양을 했고, 다황은 주차장 한편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5년 전 센씨는 암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빠가 죽은 줄 모르는 다황은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계속 기다리고 있는 거죠.


다황은 주차장 입구만 바라보다가 키가 크고, 마른 남성을 발견하면 쏜살같이 뛰어간다고 합니다. 죽은 아빠와 체형이 비슷해 아빠가 돌아온 줄 착각하는 거죠. 기대를 품고 달려가지만 이내 아빠가 아닌 것을 알고 실망해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다행히 다황을 불쌍히 여긴 한 주민이 잠자리와 사료를 챙겨주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집을 따로 만들어 주고, 담요와 푹신한 쿠션도 마련해 줬습니다. 사실 한 주민이 다황을 입양하기 위해 집에 데려간 적도 있었지만 다황은 탈출해 주차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자신의 원래 가족 센씨가 아니면 다황은 새 가족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황을 돌보는 주민은 "다황이 너무 딱해요. 매일 센씨와 비슷한 체격의 남성만 보면 따라갔다가 다시 주차장으로 걸어오죠. 그 눈빛엔 실망감이 가득해요"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다황은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며 주차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밥과 물을 챙겨줘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요. 죽은 아빠만 기다리는 다황이 마음의 문을 열고 새 가족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요? 부디 다황이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trinity0340@naver.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