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서 뭉친 박찬호·세리·지성…"코로나 지친 지금 희망 줄 영웅"

입력
2021.02.10 16:04
한국 최초 스포츠 역사 쓴 세 영웅,
MBC 새 예능 '쓰리박 : 두 번째 심장' 출연
박찬호 "말할 기회 별로 안 줘 아쉽지만 책임감 느껴"


"고등학생 때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졌는데 신문 1면에서 박세리 선수를 봤던 기억이 나요. 한국인도 해외 무대에서 활동 할 수 있다는 걸 느꼈고, 그때부터 꿈을 키웠죠."(박지성)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님 댁에 초대를 받았을 때 박지성을 처음 만났어요. 운동선수인데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모습에 깊이가 느껴졌죠."(박찬호)

"언젠가 만나지 않을까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게 기대돼요."(박세리)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골프 여제' 박세리 그리고 '축구 전설' 박지성. 운동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역사를 쓴 세 스포츠 영웅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라운드가 아닌 MBC 새 예능프로그램 '쓰리박 : 두 번째 심장'을 통해서다. 세 스포츠 스타는 '만약 내가 이 길을 가지 않았다면?'이란 상상을 주제로 이 프로그램에서 인생 2막을 연다. 박찬호는 골프, 박세리는 요리, 박지성은 사이클에 각각 도전한다.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모험에 나선 세 선수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호는 "야구 선수 은퇴 이후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스코어가 생각처럼 안 나와서 재미를 못 느끼다가 마운드 위에서 투구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 삶의 일부가 됐다"고 도전 계기를 들려줬다. 그는 골프 프로 선수도 꿈꿨다. 하지만 박찬호는 "박세리 선수가 취미로 하라고 조언을 했다"며 웃었다.

박세리는 어떻게 요리에 도전하게 됐을까. 그는 "먹는 걸 좋아해 힘든 날이어도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을 때 힐링이 되더라"며 "특히 은퇴 이후에 먹는 게 편해졌고, 워낙 음식을 좋아해 요리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애초 사이클을 싫어했다고 한다. 선수 생활 때 부상을 당하면 재활할 때 늘 사이클을 실내에서 많이 해 본 탓. 박지성은 "은퇴 후 취미로 테니스도 해보고 했는데 무릎 때문에 지속하기 힘들었다"며 "사이클을 밖에서 하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풍경과 바람을 느끼는 게 좋아서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시름에 빠진 시청자에 다시 힘을 주기 위해 세 선수를 섭외했다.

노승욱 PD는 "예능은 위기가 찾아올 때 웃음과 위로를 드려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IMF 때 국민에 희망을 안긴 선수들이 떠올랐고, 이분들이면 그때처럼 다시 국민에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프로그램일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책임감을 느끼고 출연하고 있다"며 "내게 말할 기회를 많이 안 줘서 아쉽지만, '쓰리박'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상암 MBC 사옥에서 진행, 비대면 방식으로 꾸려졌다. 박세리와 박지성은 현장에 직접 나왔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박찬호는 화상으로 참여했다. 14일 오후 8시 55분 첫 방송.

양승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