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장관 "AI 방역 핵심은 예방... 방역은 과도해야"

입력
2021.02.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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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농림부 장관 한국일보 인터뷰
"현재까지 개발된 AI 백신 한계... 살처분이 효과적"
"반려동물 등록 충분치 않다... 등록률 높이는 게 목표"


"'방역은 과도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동맥을 타버리면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모세혈관 단위에서 잘라야 하는 거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설명하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답변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고병원성 AI가 400건 넘게 발생했던 2016, 2017년과 달리 올해 AI 방역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강력한 선제 조치에 있다는 확신이었다. 특히 농장 간 바이러스 '수평전파'를 막은 점이 주효했다는 게 김 장관의 판단이다.

김 장관은 최근 반려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와 관련해 동물등록 대상을 확대해 동물복지기반을 다지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농축산업계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2016, 2017년과 비교하면 AI 확산세가 더디다.

"과거에는 AI가 농장에서 발생하면 추후에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예방적 살처분도 발생농장 반경 500m 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로 인해 2016년 11, 12월에만 311건이 발생했는데 170건이 발생농장 반경 3㎞ 이내에 있었고, 단 1주일 만에 바이러스가 퍼졌다. 사료 차량, 분뇨 차량 등으로 인해 농장 간 수평전파가 이뤄진 것이다.

지금은 당시를 교훈 삼아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발생농장 반경 3㎞ 내 농장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 그 덕에 발생농장들이 산발적으로 퍼져 있다. 앞으로도 농장 울타리 등 시설 기준을 강화하고, 농장의 방역 수준에 따라 '질병관리등급제'를 실시하는 등 방역 제도 기반을 마련하겠다."

-일각에선 현재 방역 조치가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백신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제 조치는 추가 확산을 차단하지 못했을 때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 수평전파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 2016, 2017년과 비교하면 야생조류 발생 건수는 늘었지만 농장에선 줄지 않았나. 프랑스는 최근 살처분 기준을 반경 3㎞에서 5㎞로 늘리기도 했다. 또 백신은 오리에 효과가 없고, AI 바이러스가 워낙 변이가 많아 효과적이지 않다. 영국에서도 '백신은 AI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공식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계란을 비롯한 농축산물 가격 상승에 대한 걱정도 많은데.

"계란 가격 상승을 우려해 수입 결정도 과거보다 빨리 이뤄졌다. 2017년 1월 계란이 수입됐을 때는 계란 10개에 3,000원이었다. 이번에는 10개에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일 때 수입하고 있지 않나. 사과 등 과일은 정부가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전반적인 공급이 워낙 적어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다만 설 연휴가 지나면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지 않을까 기대한다."

-청탁금지법상 국산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높이면 농가에 분명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농축산 단체에서는 선물 가액 상시적 상향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고, 관련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농식품부 입장에서 '당장 어떻게 하겠다' 말하긴 어렵지만, 국민과 소통하고 국가권익위원회 등 다른 부처와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반려동물 관련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사안은.

"반려동물 등록률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동물 등록이 우선돼야 정부가 반려인과 소통하고 그들을 타게팅한 정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등록대상 600만마리 중 200만마리 정도만 등록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까지 등록대상 기준을 '주택·준주택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에서 '영업자, 동물보호센터 등을 제외한 나머지 개 전체'로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반려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물등록이 제한되는 상황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올해 과제로 농업·농촌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적응을 내세웠다.

"탄소중립이 농업과 무슨 관계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논에 물을 오래 가둬두거나 논을 갈아엎으면 탄소가 배출되는데, 기술적으로 이걸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에너지 문제, 축산 분뇨 문제도 탄소중립과 연결된다. 기술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우리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돼간다. 소회가 있다면.

"농업 부문에 있어서 일정 수준의 진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주제를 갖고 일주일에 한 번 국장 회의를 혹독하게 한다. 그렇게 집요하게 하면서 100%는 아니더라도 30, 40%는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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