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 청구하면서 주요 근거로 들었던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작성에 대해 검찰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해당 문건은 공소 유지 목적을 위해 작성된 수사 정보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고검 감찰부(부장 명점식)는 9일 ‘재판부 분석 문건’ 등에 대한 윤 총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건 수사 결과, 윤 총장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날 이 사건을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문건이 공소 유지 목적을 위해 작성됐고, 문건에 담긴 내용이 수사정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 문건 작성 지시 및 보고를 받은 것은 법리적으로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말 ‘주요 특수ㆍ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 등을 들어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면서 대검 감찰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직무에서 배제된 윤 총장 대신 총장 대행 업무를 봤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대검 감찰부가 맡았던 이 사건을 작년 12월 8일 서울고검에 재배당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판사 사찰’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수사 참고자료로 되돌려받는 등, 수사착수 절차에서부터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었다는 이유였다.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이 한동수 부장 지시로 보고의무를 위반한 채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입건하거나, 해당 문건 작성 부서인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 진행 상황을 법무부에 수시로 알려준 것도 문제가 됐다.
검찰은 검찰총장을 포함해 문건 작성에 관여한 사건관계인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해 다수의 판례를 확인하는 등 법리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서면으로 문건이 작성된 경위, 보고 과정 등을 확인했고, 문건을 작성해 보고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수사정보담당관)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사찰’ 문건 작성과 관련한 직접적 판례는 발견되지 않아 일반적인 직권남용 혐의의 판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지휘는 배제됐다.
윤 총장에 대한 대검 감찰부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또 다른 적법 절차 위반 의혹 사건은 아직 서울고검 형사부에서 계속 수사 중이다. 이 역시 ‘판사 사찰’ 의혹 문건과 함께 법무부가 수사를 의뢰했던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