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8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장 500년만에 휴장했던 서문시장은 이날도 추운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옷가게와 건어물, 반찬, 채소가게 등에선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문시장 인기 메뉴로 자리잡은 칼국수 매대에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게 주인들도 잡담만 나눌뿐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도 하지 않았다. 예년이면 길게 늘어섰던 주차장 차량행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구 최대 전통시장의 화려한 풍경은 온데간데 없었다.
한 건어물 가게 주인은 "대목이 실종됐던 지난해 추석이 오히려 좋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사람들이 시장 현물구매 대신 온라인 주문을 선호하면서 시장 경기가 더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전통시장의 코로나19 후유증이 올 설 명절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았던 대구는 5인 이상 모임금지로 출향 인사들의 방문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서울에 사는 김두현(35)씨는 "온라인으로 제수용품을 모두 주문해 대구 집으로 보냈다"며 "섣불리 움직였다가 감염될 수도 있어 명절 고향 방문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칠성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평소 차량과 손님들로 뒤섞이는 시장통은 활기를 잃었고 상인들의 체감 경기도 예전같지 않았다. 해산물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점심 무렵이라 그나마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만 매출을 따져보면 허수"라며 "나들이겸 나왔다가 보리밥만 먹고 귀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 전통시장은 이날부터 14일까지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지만, 방문객 증가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찬바람은 대구의 인기 야간 관광명소로 꼽혔던 서문시장 야시장과 칠성시장 야시장에도 고스란히 불고 있었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에 따르면 서문 야시장과 칠성 야시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겨울철 방문객 감소 등을 이유로 매주 금토일 3일만 운영하고 있다.
서문 야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대가 70개에서 30개로, 칠성 야시장도 60개에서 30개로 반토막 났다. 운영난으로 영업을 포기하는 업주도 늘어나고 있다. 재단은 매대 운영자를 수시로 모집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설 명절 연휴기간인 10~14일에는 야시장 모두 운영한다. 서문 야시장은 오후 7~10시, 칠성 야시장은 오후 6~10시다. 재단 측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되면 다음달부터는 평일에도 모두 운영하고 방문객들을 위한 이벤트도 열 계획이다.
이병두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상권육성팀장은 "지역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전통시장과 야시장이 대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코로나 확산세가 멈추면 재단 차원에서도 홍보 마케팅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