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1조9,000억달러(약 2,128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안을 두고 여당 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였다. 현금지원 소득 기준에 관해 당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강한 정책 추진력으로 공화당의 반발을 누르고 정국 주도권을 쥐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초 구상이 헝클어졌다.
7일(현지시간) 미 정가의 대표 진보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발언은 민주당 내홍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연소득 5만2,000달러(약 5,842만원)인 노동자들이 이런 혜택(현금지원)을 받기에 ‘너무 부유하다’는 건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1인당 1,400달러(약 157만원) 현금 지원책 대상을 연소득 기준 개인 7만5,000달러(부부 합산 15만달러) 이하에서 5만달러(10만달러) 이하로 낮추자는 당내 일각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무소속이지만 사실상 민주당과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도 샌더스 의견에 힘을 실었다.
미 언론은 이를 민주당 내 중도ㆍ진보 진영간 노선 싸움으로 보고 있다. 샌더스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도 바이든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최저임금 인상안이 코로나19 구제법안에 포함돼 의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고 본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틀렸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높은 집세와 생활비를 감안할 때 시간당 15달러(약 1만7,000원) 최저임금은 급진적인 발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세드릭 리치먼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대통령은) 상원 논의를 예측한 것일 뿐, 최저임금 인상안과 샌더스 의원의 노력을 모두 지지한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부양안 표결을 앞두고 이런 의견 차는 사소하게 치부할 수 없다. 부양안의 상원 통과를 위해 민주당에서 단 한 명도 이탈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에는 통상 상원의원(100명) 중 60명의 표가 필요하나 앞서 5일 이번 부양안을 단순 과반(51명) 찬성으로도 가결할 수 있도록 한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전원(50명)이 반대해도 민주당 전원(50명)이 동의하고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면 가결된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미국은 추가 경기부양안 입법이 시급하다. 이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추가 부양안이 시행될 경우 내년에 완전고용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대로 연방정부 지원이 없으면 2025년은 돼야 실업률이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슷한 4%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경기부양안이 민주당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9일 시작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차 탄핵 심리도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탄핵 심리가 일주일 안에 마무리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뜩이나 공화당 반대로 부결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탄핵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빨리 심리를 진행할 것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