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이 34도로 측정됐는데도 그냥 통과됐어요. 거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식당이나 쇼핑몰 등 대부분의 다중밀집시설은 입구에서부터 출입자 체온을 측정한다. 하지만 외부온도가 낮은 겨울철엔 인체의 평균 체온인 36.5도보다 훨씬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체온측정기가 차가워진 피부 표면을 1회만 측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분야 IT스타트업을 이끄는 김민구(38) FL랩스 대표는 지난해 초 들른 주민센터에서 체온이 34도로 측정됐는데도 출입이 가능했던 일을 계기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실제 체온이 38도가 넘어도 정상으로 측정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삽시간에 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지난 4일 만난 김민구 대표는 "발열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고, 집밖으로 나오기 전에 이상증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면 감염병을 좀더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지 않겠냐"며 '코비디펜드(COVIDefend) 서비스' 개발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코비디펜드는 체온을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와 여기서 모인 데이터를 토대로 이상증상 유무나 감염병 위험도를 사전에 진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결합체다. 시계 모양의 기기를 사용자가 손목에 착용하면, 센서가 1분마다 사용자 체온과 심박수 등을 측정해 서버에 보낸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분석해 미열 등 이상증상 여부를 감지하고 감염병 위험도를 판단한다.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그 결과를 6개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24시간 이내 정상 체온이면 출근이 가능한 3등급, 체온이 높으면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한 5등급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체온을 정확하게 측정해 미열을 감지해도, 이것이 감염에 의한 증상인지 운동 등 갑작스런 신체활동으로 인한 변화인지 구분해야 하는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심박수 데이터 등을 활용해 감염으로 인한 체온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도록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면서 이 문제를 극복했다"고 했다.
체온과 심박수 같은 개개인의 활력 징후를 모두 수집해 감염 위험도를 분석하는 만큼, 이런 정보를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기관 출입에 활용할 때 안전성이 담보되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김 대표는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암호화돼 개발자들도 볼 수 없을 정도"라며 "정보 제공 여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고, 기관 등과 공유할 때도 암호화된 최소한의 정보만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국기원에선 지난달부터 FL랩스의 웨어러블 기기와 앱을 이용해 감염 위험도와 출근 가능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경북 안동생활치료센터에서도 유증상자 파악과 관리를 위해 지원인력들이 이 회사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백신 여권'을 목표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코비디펜드에 코로나19 검사 결과 확인서와 백신 접종 여부 정보까지 담아 출입국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백신 여권을 개발하고 있다"며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 기술을 더욱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