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으로 코로나19 액막이 하고 윷놀이 한마당

입력
2021.02.07 14:00
11~13일 국립무용단 설 공연 '새날'


설날 국립무용단이 코로나19를 내쫓는 '액막이' 춤으로 새해를 연다. 무용으로 다시 태어난 윷놀이는 팬데믹으로 침울한 명절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11~13일 국립무용단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명절기획 공연 '새날'을 올린다. 국립무용단은 2018년 추석부터 명절을 겨냥한 공연을 만들어 왔다. 전통춤이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전통춤의 넉넉한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빠르고 해학적인 춤을 곁들여 지루함을 없앴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명절이라지만 온 가족이 볼 만한 공연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남녀노소 모두 손뼉 치면서 흥을 돋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새날'은 7개 주제의 춤들로 구성돼 있다.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나는 '액막이'는 손 감독 등이 야심차게 창작한 춤으로, 올해 처음 공연된다. '액막이'는 질병이나 불행 등 액을 물리치는 민속의례를 말한다. 왕무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독무와 무용수들의 군무는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라는 액운을 보내고,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굿의 성격을 갖고 있다. 솟대 등 전통신앙을 상징하는 소품도 등장한다.

북과 방울 등 전통악기를 활용한 무용도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군무 '태'는 역동적인 북의 울림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당당'은 영롱한 방울 소리를 배경 삼아 여성 춤의 섬세함을 선보인다. '아박무'는 남성 무용수들이 타악기 아박을 사용하는 춤으로, 궁궐 대신들의 힘겨루기와 박력을 시각화했다. 부채를 든 선비들의 고고한 자태와 절제미를 춤으로 형상화한 '한량'은 명절 공연의 인기작 중 하나다. 거문고와 대금, 아쟁 등 전통악기 선율과 어우러지는 춤은 인생무상의 메시지를 담았다.



공연의 대미는 윷판으로 연출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윷치기놀이' 춤이다. 윷놀이를 무용으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놀이를 춤으로 표현하면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는 스릴을 풍자했다. 궁극적으로는 가족 간 화합을 추구한다. 손 감독은 "전통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작업도 필요하다"면서 "'윷치기놀이' 춤은 그런 시도의 한 사례"라고 말했다.

'흥미진진한 전통춤'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새날'은 이미 매진을 기록했다. 국립무용단 측은 극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공연 기간 동안 국립극장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용영상: 희망의 기본'이라는 작품을 상영한다. 고 송범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이 무용수들의 기초 훈련과 몸풀기를 목적으로 만든 전통 춤사위 모음집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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