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억류 중인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의 선장을 제외한 선원 19명에 대한 억류 해제 발표 후 우리 정부가 '환영' 입장을 낸 가운데, 선사 측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선박 억류 해제 없는 선원 억류 해제는 있을 수 없는 업계 상황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3일 해당 선박 관리사인 ‘타이쿤쉽핑’ 측은 “선장과 선박을 두고 떠나라는 말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면서 “이란 정부가 억류 해제해도 선원들이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도 그 같은 조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외교부는 “잔류 예정인 선장과 선박도 조속히 억류에서 해제되기를 바란다”며 “이란 측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법상 9,797톤 규모인 ‘한국케미호’를 운항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승무원은 13명이다. 해당 선박에는 선장을 포함해 기관장, 항해사 등 한국인 5명과 인도네시아인 항해사 2명, 베트남인 기관사 2명, 미얀마인 선원 11명 등 모두 20명이 타고 있다. 미얀마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선박 운항에 필수 요원인 관계로 억류가 해제됐다고 해서 선박을 포기하고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다.
타이쿤쉽핑 측은 “화학물질을 싣고 있기 때문에 온도 관리도 해야 하고, 현지 기상이 악화된다든지 선박에 대한 억류가 해제되면 운항에 필요한 필수 인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선원들의 귀국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선박은 부두에 접안한 정박 상태가 아니라 현지 반다르바스항에서 6마일가량 떨어진 해상에 닻만 내리고 묘박해 있다.
선사 관계자는 “선박에 대한 억류 해제 등 실질적인 조치가 아닌 이상 말로만 억류가 해제된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 정부가 마치 당장에라도 선원들이 귀국할 수 있는 것처럼 억류 해제를 반기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박이 억류 해제되지 않는 이상 선원들이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은 선원 가족들도 알고 있다”며 “환영 입장을 낸 우리 정부와 달리 선원 가족들은 이란 정부의 이번 발표를 반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케미호는 지난달 4일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중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