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그간 인연을 맺어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찾아 장관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개인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난달 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 이후 한일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방문이 이뤄져 더욱 주목을 끌었다.
강 장관은 1일 고속철도(KTX) 편으로 경북 포항에 도착해 북구 죽장면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 박필근(94)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일정이다. 갈색 정장 차림의 강 장관은 취재진들에게 “2019년 할머니를 만난 후 건강과 안부를 여쭙기 위해 찾아왔다. 할머니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비공개로 박 할머니와 대화했다.
30여분 뒤 강 장관과 함께 집 밖으로 나온 박 할머니는 한참 동안 강 장관의 손을 잡고 포옹을 했다. 강 장관도 박 할머니 등을 토닥이며 위로한 뒤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강 장관은 할머니에게 미리 준비한 케이크와 분홍색 겨울 외투를 선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머니는 취재진에게 “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마지막이라고 인사하러 왔다고 했다. 다음에 또 보자고 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유엔 근무 시절부터 인권ㆍ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강 장관이 재임 기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에서 피해자 할머니를 찾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일관계를 의식해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일정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2017년 6월에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했고, 인사청문회에선 “장관이 된다면 할머님들을 자주 찾아 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장관 개인적으로도 마음의 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방문이 위안부 배상 판결 등 최근 상황과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과거에도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어왔고, 이번에도 부산ㆍ경남 지역 방문을 계기로 만남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명예ㆍ존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