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증상이 미약한 어린이의 경우 시설이나 병원 격리보다는 자택에서 치료를 받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최은화 교수팀은 1일 "경증의 어린이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은 격리 후에도 임상경과가 별달리 특별하지 않고, 그들을 돌봐주는 비감염자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가능성이 낮아 자택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지난해 8월 6일부터 11월 14일까지 서울 소재 한 생활치료센터와 서울시 보라매병원에 입원했던 0~18세(중간값 4세) 어린이 53명의 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 대상 어린이들은 모두 경증 혹은 무증상 감염자였다.
연구팀은 어린이들의 증상 발현부터 격리시설 진입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하고, 임상적 경과를 분석해 시설 격리의 유용성을 평가했다. 또 격리시설 내 코로나19 감염 어린이로부터 비감염 보호자로의 감염 확산 가능성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유증상 어린이들은 증상이 나타나는 144일 중 76%에 달하는 104일을 격리 시설 입소 전에 앓았고, 입소 이후에도 눈에 띄는 임상경과가 없었다. 이들의 약 39%(16명)는 격리시설에 들어가기 전 이틀 이상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 또 격리시설에서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을 철저히 한 비감염 보호자 15명은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어린이 코로나19 환자에 의한 전염성은 다른 연령 그룹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 초기 연구에서는 아동으로부터 가정에 2차 감염되는 비율이 0.5%에 불과했고, 앞선 다른 연구에서도 코로나19에 걸린 아동과 함께 병원에 격리된 12명의 비감염 보호자들이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호자 12명은 적절한 개인용보호구를 착용했다. 연구팀은 "안면 마스크나 손 위생과 같은 적절한 예방조치만으로도 어린이가 보호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아이들은 집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정책은 증상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감염자를 지정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의 지정된 시설에 격리한다. 이 경우 지나치게 많은 의료 및 인적 자원이 대체로 코로나19를 저절로 극복하는 아이들에게 투입돼 의료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의료체계 내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방침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에서도 자택격리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면 아동에게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는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부모와 함께 입소, 입원하는 쪽으로 지침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