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9%에 달했다.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2년 만에 역성장(-1.0%)한 반면 대만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29년 만에 중국의 성장률(2.3%)을 추월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일등공신은 단연 TSMC(타이완 반도체 제조공사)다. 지난해 대만의 반도체 수출은 22%나 증가한 1,220억달러(약 136조원)를 기록했다. 전체의 3분의1이다.
TSMC는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는 모리스 창 전 회장이 1987년 세운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구분한다. 시장 규모는 3대 7 정도로 시스템이 더 크다. 시스템 반도체는 다시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팹리스)와 이를 위탁 생산하는 회사(파운드리)로 나뉘는데 TSMC는 이 중 파운드리 분야의 세계 최강자다. 점유율은 50%도 넘는다. 애플, AMD, 인텔 등 수많은 고객사가 TSMC에 시스템 반도체 생산을 맡기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독보적인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에선 TSMC에 이어 2위다. 삼성전자는 IBM, 엔비디아, 퀄컴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반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면 인텔, 삼성전자, TSMC 순이다. 그러나 시가총액으로 보면 거꾸로 TSMC, 삼성전자, 인텔 순이 된다. TSMC의 지난해 매출은 53조원, 영업이익은 22조원을 기록했다. 이익률이 40%도 넘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19조원)보다 많다.
최근 TSMC가 더욱 눈길을 끄는 건 공격적인 투자 때문이다. 올해 설비투자액 전망치를 최대 280억달러(약 30조원)로 제시했다. 그만큼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얘기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만큼 재고 걱정도 없다. 실제로 애플은 맥북용 M1 칩과 아이폰용 A16 칩 생산을 TSMC에 맡겼다. 테슬라도 7나노 자율주행 차량용 칩 생산을 TSMC에 의뢰했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는 품귀 현상이 벌어지며 전 세계 자동차 기업이 구애할 정도다. 미국은 차량용 반도체 확보를 위해 조만간 대만과 정부 간 협의를 가질 예정이고 일본과 독일 정부도 도움을 요청하며 줄을 섰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며 총 133조원의 투자 계획을 2019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정상에 오르려면 대만 TSMC와의 승부는 피할 수 없다. 삼성의 올해 파운드리 부문 투자액은 1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착공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평택2라인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메모리와 시스템을 모두 합친다면 삼성전자가 TSMC보다 크지만 시스템(파운드리)만 보면 TSMC의 제조 시설 규모는 삼성전자의 3배나 된다"며 "TSMC를 따라잡으려면 국가적 사회적 지원과 함께 팹리스 등 전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도 미국 대만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중국만 해도 2,000개의 회사가 있지만 우린 200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