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LG 감독 선임의 화두는 정통성 부활이었다. 선수-코치로 27년 간 LG 유니폼만 입은 류 감독이 창단 첫 프랜차이즈 감독에 선임되면서 LG는 코칭스태프도 대거 출신들을 중용했다.
지도자 데뷔 9년 만에 첫 1군 메인 코치로 스프링캠프를 앞둔 경헌호(44) 투수코치도 그 중 한 명이다. 경 코치는 류 감독, 이병규 타격코치, 김광삼 투수코치와 함께 선수-코치로 LG 유니폼만 입은 '원클럽맨'이다. 2000년 데뷔했고 2012년 은퇴 후 2013년부터 재활→잔류군→2군 메인→1군 불펜→2군 메인 투수코치를 거치며 유망주들의 성장을 도왔다.
8년 동안 뒤에서 묵묵히 조연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전면에 나서 이기기 위한 마운드 설계를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경 코치는 "감독님도 새로 선임되셨고, 작년에 팀 평균자책점 2위를 했기 때문에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라면서 "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소신 있게 감독님을 보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군에 있을 때도 선수들에게 늘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서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겠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경쟁에서 살아남는 투수들이 엔트리에 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류 감독과 차명석 단장은 마운드의 키플레이어로 2년차를 맞는 이민호를 꼽았다. 경 코치 역시 그에 동의하며 "분명히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향후 10년, 20년 마운드를 책임질 선수이기 때문에 관리 또한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경 코치가 주목하는 투수는 2차 2라운드에서 뽑은 신인 김진수다. 그는 "2군에서 중앙대와 연습경기를 할 때 진수가 던지는 걸 봤는데 제구가 좋고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지더라"면서 "기본기가 좋아 즉시전력감으로 기대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경 코치는 현역 시절 자신처럼 재능을 갖고 있지만 성장이 더딘 투수들을 보면 눈에 밟힌다. 그는 선린상고 시절 김선우 서재응 박명환과 함께 고교 '빅4'로, 한양대 재학 때는 제2의 박찬호로 평가 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서재응은 자신에게 서클체인지업을 전수해 준 이가 경헌호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잦은 보직 변경과 함께 부상이 겹치면서 빛을 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선수로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라며 코치로 보낸 8년을 돌아봤다. LG 유니폼을 입고 파란만장한 20년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조언, 무심해 보이지만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경 코치는 "투수들 대부분 2군에서부터 봐 왔고, 김광삼 (불펜)코치와는 20년 된 사이다"라면서 "보직이 바뀌어 입장은 달라졌지만 장점을 살려 팀이 목표로 하는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