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백신 공급 지연으로 갈등을 빚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법적 수단도 강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4개 회원국 정상에 보낸 서한에서 "심각한 공급난이 발생할 경우 제약사가 백신 공급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법적 조처 취할 것"을 제안했다. 이 서한은 오스트리아, 체코, 덴마크, 그리스 지도자에게 보내졌다. 백신 제조사와 협상하되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법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해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 갈등은 지난 주말 아스트라제네카가 1분기에 예정된 공급 물량(8,000만회분)의 절반이 안되는 3,100만회분만 납품할 수 있다고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EU는 분기별 납품계획을 포함한 계약을 위반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아스트라제네카는 해당 계획은 의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주장이다.
결국 EU는 백신 물량 문제를 직접 살펴보겠다고 나섰다. 이날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벨기에에 위치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 공장 한 곳에 대한 점검을 벨기에 당국에 요청한 것이다. 물량 부족 문제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AFP 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연방 의약품·건강제품청 대변인은 "EU 집행위가 생산 흐름 점검을 요청해 앞으로 (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EU는 역외인 영국 공장 2곳에서 생산한 백신을 영국에만 제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약속된 물량을 채우기 위해 영국 생산분도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공급 계약을 먼저한 영국에 선납품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오는 29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조건부 판매 승인 심사 결과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