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역학관계가 바뀌었다. 적어도 지금은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이기고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양산업인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이 미국 증시에서 뜨거운 감자다. 헤지펀드를 상대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전략에서 승리하면서다. 개인은 전문 투자자에게 질 수밖에 없는 '덤 머니'(멍청한 돈)라는 월가의 통설이 깨졌다.
미 현지 언론은 27일(현지시간) 앞다퉈 이 같은 월가의 새 판도를 조명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개인 투자자와 전문 거대 자본 간 뒤바뀐 힘의 관계에 주목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에 승리를 거둔 개인 투자자를 '골리앗을 이긴 다윗'에 비유했다. 주식시장 권력이 전문가 집단에서 비전문가인 개인으로 이동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대결은 미국 개미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몇몇 헤지펀드가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한다고 공개 선언했다가 개인 투자자의 반격을 당했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뭉친 개미 투자자들이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급등을 이끈 것. 이날도 게임스톱은 뉴욕증시에서 134.8% 폭등하면서 주당 347.5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상승률은 한 달여 만에 1,700%에 달한다. WSJ에 따르면 공매도에 뛰어들었던 멜빈 캐피털·메이플레인 캐피털 모두 올해 들어 30%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를 개미들의 유쾌한 반란 혹은 통쾌한 승리로만 볼 수는 없다.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개인의 집단 매수 현상은 위험한 '버블'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식은 거품이 꺼질 때가 문제다.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한 '닷컴 버블'이 대표 선례다. 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손실을 채우려 다른 보유 주식을 팔아 자금 마련에 나서면서 증시 전반에 부정적 여파가 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나섰다. 증권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상황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조작과 같은 사기 행위를 입증하려면 일부 거래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리려 허위 또는 오해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전달한 사실을 밝혀야 해 위법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증권 변호사 앤드루 칼라마리는 NYT에서 "단순히 주가 상승에 열광하는 (소셜미디어상) 사람들의 대화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