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종합폐기물처리시설(친환경종합타운) 입지 선정을 위해 지원 규모를 대폭 늘려 재공모에 나섰지만 주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시는 지원자가 나서지 않으면 용역을 통한 입지 선정 가능성까지 내비쳐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전망이다.
27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페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계획 결정을 재공고하고 입주 후보지 공개모집을 시작했지만 이날까지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친환경종합타운은 첨단 환경기술을 활용해 하루 처리용량 400 t 규모의 소각시설과 80t 규모의 음식물자원화시설을 도입.설치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폐기물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처리할 능력은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인구가 대폭 늘면서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2016년 99t에서 지난해 188t으로 2배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시설로는 처리용량에 한계가 있어 지난해만 90억원을 쏟아 부어 외부 위탁 처리하는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자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가 시급하다.
시는 지난해 2월 입지 후보 공모를 통해 전동면 심중리 지역을 선정했지만 응모자의 신청 취소로 끝내 무산됐다. 입지 후보는 부지면적이 5만㎡ 이상, 신청지 경계로부터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세대주 80% 이상의 주민 동의와 토지소유자 80% 이상 매각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서 최종 입지 선정이 좌절된 것이다.
시는 이에 따라 친환경종합타운 입지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재공모에 나섰다. 친환경종합타운 설치 지역에 수영장과 헬스장, 찜질방 등 주민편익지원시설 예산 규모를 당초 120억원에서 최대 240억원으로, 주민지원기금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각각 2배씩 늘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읍·면·동을 돌며 필요성과 주변지역 혜택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한 달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친환경타운 후보지 공모에 지원하는 토지 소유주나 마을, 단체 등은 없다. 그만큼 주민들이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히는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원도심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가칭 세종시 쓰레기소각장 원도심 이전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6생활권 중심에 있는 ‘중앙녹지공간’이나 소각장 입지에서 다른 용도로 변경된 6-1생활권 부지 등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당초 6-1생활권에 있는 신도시 쓰레기 소각장 부지를 다른 용도(연구시설)로 바꾼 행정도시건설청장과 LH사장, 세종시장, 의회 관련자들은 이 문제를 원상으로 돌려놔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 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그러면서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6-1생활권 옛 월산공단이나 중앙공원 2단계 내 여유부지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도심 주민들이 반발할 경우 자칫 ‘민-민 갈등’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용희(국민의힘·비례) 세종시의원은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읍·면과 동 지역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입지를 정하자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제67회 임시회 2차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시가 첨단 환경과학 기술과 주민친화형 타운을 내세웠지만 아직도 혐오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며 ‘쓰레기는 자원’이라는 인식 개선과 확산을 위한 홍보.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입지 선정을 위해 투명한 정보 공개, 주민 눈높이에 맞춘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 실질적이고 과감한 인센티브, 주민편익시설 설치 과정의 의견수렴과 전문가 진단 추진 등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입지 대상지가 시 전역인 만큼 동 지역과 읍·면 지역의 제한 없이 도심과 공존하는 랜드마크이자 관광명소가 될 수 있도록 친환경 종합타운을 건설하자”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공모가 마감되는 2월 19일까지 읍·면·동 전체를 대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수받을 것”이라며 “만일 마감일까지 지원자가 없고, 입지 선정이 계속 미뤄지면 용역회사를 선정해 적정한 입지 타당성 등을 따진 뒤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