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대상 성폭력...너만 입다물면 된다는 압박 때문"

입력
2021.01.26 14:30
북한 인권 전문 전수미 변호사 
"출신성분 따라 북한 내 위계질서 남한서 이어져"
"북한의 가부장적 문화로 여성들 고발 두려워해"

유명 탈북 작가의 탈북 여성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탈북 여성 대상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 인권 지킴이'로 불리는 전수미 변호사는 "남한 안에 또 다른 북한 사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탈북 여성들은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북한 특유의 문화에 억눌려 고발조차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자신도 북한 인권단체 활동 중 탈북 남성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지난해 폭로한 바 있다.

그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탈북 여성이 성 착취·임금 착취 피해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상황과 관련해 "이들은 정착 생활의 전반적인 것을 커뮤니티 안에서 해결하는 '남한 속 북한'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한 언어에 영어 등 외래어와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심하면 남한 언어의 50%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며 "북한 사람도 아니고 남한에 왔지만 온전히 남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이방인으로서 많은 괴리감을 느낀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같은 고향에서 와 미리 정착한 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에서의 권력과 지위가 남한에서도 이어져 그 권력을 바탕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전 변호사는 한국과 북한의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것을 성범죄 공론화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로 들었다.

그는 "북한에서 형사는 인민의 지위를 좌지우지하는 위치로, 한국처럼 민중을 위해 봉사하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며 "오히려 (경찰에게) 복종하거나 내가 이 사람한테 보고를 해야 한다는 강자와 약자 관계로 봐 자신을 명령을 받는 약자의 입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북한에서는 여성이 겁탈을 당하면 약육강식의 강자에게 잡아먹혔다는 단어를 사용하고, 나는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가 내가 잘못해서 그랬다고 스스로를 탓하고 같은 고향에서 온 사람들의 압박 등으로 용기를 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전 변호사는 "이 때문에 몸이 더러워졌다며 탈북민 전체 이미지를 더럽히지 말고 입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과 인식이 강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그는 "3만4,000명 탈북민 중 76%가 여성"이라며 "언론에 노출되는 1%도 안되는 탈북민들의 이미지로 탈북민 전체를 판단하곤 하지만 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3만명 여성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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