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탈북 작가의 탈북 여성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탈북 여성 대상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 인권 지킴이'로 불리는 전수미 변호사는 "남한 안에 또 다른 북한 사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탈북 여성들은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북한 특유의 문화에 억눌려 고발조차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자신도 북한 인권단체 활동 중 탈북 남성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지난해 폭로한 바 있다.
그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탈북 여성이 성 착취·임금 착취 피해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상황과 관련해 "이들은 정착 생활의 전반적인 것을 커뮤니티 안에서 해결하는 '남한 속 북한'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한 언어에 영어 등 외래어와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심하면 남한 언어의 50%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며 "북한 사람도 아니고 남한에 왔지만 온전히 남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이방인으로서 많은 괴리감을 느낀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같은 고향에서 와 미리 정착한 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에서의 권력과 지위가 남한에서도 이어져 그 권력을 바탕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전 변호사는 한국과 북한의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것을 성범죄 공론화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로 들었다.
그는 "북한에서 형사는 인민의 지위를 좌지우지하는 위치로, 한국처럼 민중을 위해 봉사하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며 "오히려 (경찰에게) 복종하거나 내가 이 사람한테 보고를 해야 한다는 강자와 약자 관계로 봐 자신을 명령을 받는 약자의 입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북한에서는 여성이 겁탈을 당하면 약육강식의 강자에게 잡아먹혔다는 단어를 사용하고, 나는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가 내가 잘못해서 그랬다고 스스로를 탓하고 같은 고향에서 온 사람들의 압박 등으로 용기를 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전 변호사는 "이 때문에 몸이 더러워졌다며 탈북민 전체 이미지를 더럽히지 말고 입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과 인식이 강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그는 "3만4,000명 탈북민 중 76%가 여성"이라며 "언론에 노출되는 1%도 안되는 탈북민들의 이미지로 탈북민 전체를 판단하곤 하지만 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3만명 여성들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