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보상 방안을 법제화하는 것은 아직 해외에서도 참고사례를 찾기 어렵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표현하고, 국회에서도 갖가지 방안을 담은 법안이 쏟아진 건 그만큼 답을 찾기 어려워서다.
전문가들은 매출 감소액 기준으로 보상금을 정하기보다 고정비 등을 고려한 예상 손실액을 보상의 기준으로 삼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손실보상제도 담당 부서를 정하고 정치권에서 제기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이 제기한 법안만 봐도 ‘손실 매출액의 70% 내 보상’(민병덕 의원안), ‘임대료와 최저임금 상당 인건비를 보상’(강훈식 의원안) 등 천차만별이다.
정부로서는 재원이 많이 드는 매출액 기준이나 보상 효과가 미흡할 수 있는 최저임금 수준의 보상 사이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처지다. 이에 떠오르는 대안이 ‘방역조치가 없으면 올렸을 영업이익’을 반영한 보상이다.
매출액 감소분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원재료비 같은 변동 비용이 반영되지 않아 손실 규모가 과대 추정될 수 있다. 하지만 예년의 영업이익에다 고정비를 더하는 방식이면 실제 손실에 더 가까운 보상을 책정할 수 있다. 소상공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자영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14%다.
이미 정부도 유사한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손실보상 매뉴얼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은 자영업자에게 영업손실을 기준으로 보상한다. 2019년의 하루 평균 영업이익과 고정비용을 산정한 뒤 2020년 물가상승률을 곱하는 방식이다.
일정 수준의 보상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정된 재원으로,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게 더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하루 최대 6만엔, 독일은 월 최대 5만 유로 등으로 보상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적어도 피해에 비례해 보상한다, 일정 수준 한도를 정한다는 등의 원칙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세금으로 지원하는 개념인 만큼 어설프게 제도를 마련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늦어도 4월 초에는 보상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법에 다 담기에는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한번 정해진 뒤에는 수정을 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효율적 집행을 위해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으로 위임한다”는 방침이 거론되고 있다.
더 실질적인 대안은 별도 위원회를 통해 보상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영업 행태 등에 따라 다양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에 '재량권'을 주자는 의도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도 하위 법령에 구체적인 보상 범위를 명시하기 보다는 위원회, 전문기관 등을 통해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세한 내용까지 법령에 담을 경우 지역, 업태별로 다른 피해 상황을 따지기 힘들다”며 “구체적인 안은 정부 부처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특별법’에도 중기부 산하에 손실보상위원회를 설치해 보상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고, 이에 앞서 경영안정자금을 우선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