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발견된 위조지폐 수가 관련 통계를 공표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위폐 발견 확률은 영국의 2,200분의 1, 일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할 만큼, 세계 최고의 위폐 청정국이라 할만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온라인 경제가 위조지폐 유통 건수까지 줄이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0년 중 위조지폐 발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는 총 272장으로 집계됐다. 전년(292장) 대비 20장(-6.8%) 감소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저치다.
5년 전인 2015년만 해도 5만원권이 2,000장 넘게 위조되며 총 위폐 3,293장이 발견됐지만, 2018년 이후로는 발견 장수가 세자릿수로 내려오며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 액면금액 합계는 304만5,000원에 불과했다. △5만원권 26장 △만원권 115장 △5,000원권 116장 △1,000원권 15장이었다. 5만원권 비중이 전년 59.5%에서 42.7%로 더 줄어들면서 액면금액 합계도 크게 줄었다. 만원권은 전년도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5만원권에 비해 위조가 쉬우면서도 저액권(1,000원권, 5,000원권)보다는 액면금액이 높아 위조 유인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검거된 위폐범이 만들어냈던 '77246 위폐'는 7년이 지난 지난해에도 발견됐다. 당시 위폐범 김모씨가 8년간 5만장 가량을 찍어내 4만4,000여장을 사용한 5,000원 구권은 한은이 5,000원권을 신권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회수됐지만, 아직도 소량 시중에 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위조지폐가 발견될 확률은 100만장 당 0.05장에 불과했다. 위조지폐 발견율이 가장 높은 편인 영국(100만장 당 112.4장)에 비하면 2,2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못지 않게 위폐가 적은 일본(100만장 당 0.19장)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우선 지난해 위폐 감소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상거래 목적의 화폐 사용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기존에도 20%대 중후반 수준으로 낮았던 현금 사용률이 지난해 비대면 경제 확산으로 더 줄어든데다, 금융기관과 국민들의 위폐 식별 능력이 개선되면서 위폐가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둘째, 원화가 국제적으로 '인기 없는 지폐'라는 점도 위폐 발견율을 낮추는 데 한 몫 했다. 미국 달러나 영국 파운드화와 달리 사용처가 한국에 한정되다 보니 국제적인 위폐 조직이 아예 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 2013년과 2017년 수만 장에 달하는 대규모 위폐를 유통한 범인들이 검거되면서 위폐 '생산량' 자체가 줄었다. 위조지폐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한국의 5만원권 등 고액권은 액면금액에 비해 위조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점도 세계적인 '위폐 안전국' 위상에 기여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빛에 비추어 보거나 기울여 보고, 만져보기만 해도 위조지폐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위조지폐를 발견한 국민은 가까운 경찰서나 시중은행, 또는 한국은행에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