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폭행 영상 못 본 걸로 하겠다"... 부실수사 의혹

입력
2021.01.24 11:04
경찰, 24일 담당 수사관 대기발령 조치
"일부 사실로 확인, 진상 조사 착수"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수사에 반영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뒤늦게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진상 파악에 들어갔다.

서울경찰청은 24일 "지난해 11월 11일 서초경찰서 담당 경찰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며 "대상자를 24일(오늘)자로 대기발령 조치하고, 즉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편성(총 13명), △담당자가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 △서초경찰서 지휘 라인에 보고 여부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 발견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TV조선에 따르면 택시기사 A씨는 이 차관이 자신을 폭행하는 30초 분량의 휴대폰 저장 영상을 담당 수사팀 경찰관에게 보여줬다. A씨는 "당시 영상을 본 수사관이 '영상은 그냥 안 본 것으로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행 중 운전자 폭행 혐의가 아닌, 형법상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경찰은 이 차관을 무혐의 처리한 이유 중 하나로 "영상이 없어 진술만으론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는 이유를 들어왔는데, A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라 '부실수사'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해당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경찰이 확보하지 못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택시기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영상에 담긴 내용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