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겨드랑이 림프절 보존하며 수술한다”

입력
2021.01.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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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듣는다] 채병주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교수

유방암은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여성성의 상징과도 같은 유방을 여성에게서 앗아가기 때문이다. 유방 전(全)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를 조사한 결과, 67% 정도가 ‘여성의 매력을 상실한 것 같다’고 답했고, 62%가량은 장애로 인식했다. 특히 국내 유방암은 폐경 전에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볼 때 환자의 이중고는 여간 큰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유방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이 수술법 개발에 유독 공을 들인다. ‘유방암 수술 전문가’인 채병주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교수를 만났다.

-유방암 수술법이 바뀌고 있는데.

“유방과 피부를 모두 절제하는 유방 전절제술은 가장 오래되고 수술 범위가 넓어 상대적으로 낮은 국소 재발률을 보인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방식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수술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수술 병변이 크지 않으면 유방을 부분 절제하고 방사선요법을 추가하면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만큼의 치료 성적을 얻을 수 있기에 적용 가능하다면 부분 절제를 많이 시행한다. 유방을 모두 잘라내더라도 환자의 삶의 질과 미용적 측면을 고려해 동시 또는 지연 유방 재건을 적용하고 있다.”

-유방을 모두 잘라낼 때에는 어떤 수술을 하나.

“유방 전절제술을 시행할 때에도 새로운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수술 시 유방 재건을 위해 기존 전절제술보다 피부를 더 많이 보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때에도 유두-유륜 복합체를 제거하기에 나중에 유륜을 만들기 위해 여러 번 문신을 해야 하므로 불편하거나, 유두 모양에 어색하다고 느끼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두-유륜 복합체를 보존하는 전절제술이 나왔다. 이로 인해 유방 재건 성형 시 미용적 측면에서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 종양이 유두와 피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되도록 유두와 유륜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유방 재건술은 누구나 가능하나.

“유방 재건술은 2015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었다. 최근 다발성 암종 및 관상피내암이 늘면서 유방 전절제술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를 택하는 환자가 많아졌다. 하지만 장기적인 예후를 생각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아져 삶의 질과 생존율 사이에서 유방암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고민이 큰 것도 현실이다.

유방 재건술은 유방암 병기(病期)가 너무 많이 진행되지 않았거나, 수술로 암종이 완전히 제거됐거나, 유방 절제 부위에 염증이나 감염이 없을 때 시행한다. 즉 유방암이 너무 많이 진행되면 유방 재건술을 시행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이 필요하고, 원래 유방과 100% 똑같지 않기 때문에 유방 재건술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방 재건술은 유방암 절제 수술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암 치료를 마친 뒤 시행하기도 한다.”

-유방 재건술을 시행하면 유방암 치료에 영향은 없나.

“다행히 유방을 동시 재건하더라도 장기적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방암 수술을 받은 1,458명을 동시 재건을 받은 환자(588명)와 그렇지 않은 환자(878명)로 나누어 예후를 살펴본 결과, 국소 재발률ㆍ재발률ㆍ원격 전이율ㆍ사망률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유방을 동시 재건하더라도 생존율에 영향을 주거나 암 재발ㆍ전이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유방암센터가 시행한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선행 항암 화학요법(수술 전 항암 치료)을 받았던 경우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선행 항암 화학요법 후 유방 재건술을 받은 환자의 평균 연령이 37세란 점을 고려하면 이런 환자에게 미용적 측면을 포기하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반가운 연구인 셈이다.”

-암 부위만 절제하는 방법은 없나.

“유방암 부위를 부분 절제한 뒤 남은 유방에 방사선치료를 하는 방법을 유방 보존술이라 한다. 유방 전절제술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유방 보존술의 경우 남은 유선 조직에서 암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눈으로 보이거나 만져지는 종양은 수술로 제거하고 그 주위에 남아 있을 미세한 병소(病巢)는 방사선치료로 재발 우려를 줄이는 것이 원칙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유방 보존술을 받는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종양 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 유방 보존술에 성형외과적 술기(術技)를 결합해 수술 후 발생하는 유방 변형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우선 유방 종양 절제술 후 남아 있는 유선 조직을 부분적으로 옮겨 수술로 제거한 결손 부위를 채워 주는 수술을 시행해 모양 변형을 줄인다. 두 번째는 다른 신체 부위에서 조직을 떼어내 유방을 재건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유방암 침윤 범위가 넓거나, 유두 침범 등으로 유방 부분 절제 범위가 넓을 때 쓴다.

유방암 수술은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는 유방을 모두 절제할지 혹은 부분 절제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겨드랑이 림프 일부만 떼내는 ‘감시 림프절 생검술’만 시행할지 혹은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겨드랑이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까지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유방 상실도 문제이지만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없어질까도 걱정이다. 이전에는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됐다면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을 반드시 시행했지만 최근 여러 연구 결과로 조기 유방암이라면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1~2개만 있다면 겨드랑이 림프절을 보존하고 있다.

또한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조직 검사로 확인됐는데 선행 항암 화학요법을 받은 뒤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사라졌다면 수술 시 감시 림프절 검사만 시행하고 전이가 없다고 확인되면 역시 겨드랑이 림프절을 보존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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