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사실상 공식화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애플을 제외하고 '외산폰의 무덤'으로 알려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애플 중심의 양강 체제로 굳어질 전망이다. 이 경우엔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크게 제한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선 10% 안팎을 지키고 있다. 신제품 출시 일정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평균적으로 삼성전자가 60~70%, 애플이 10~20%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화웨이, 샤오미, 소니 등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대부분 철수했다. SK텔레콤도 2015년 국내 중견기업인 TG앤컴퍼니와 대만의 폭스콘과 함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루나'란 스마트폰을 선보였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업계에선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가 빠질 경우, 대부분의 물량은 삼성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중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LG전자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유사한 가격대의 모델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수혜가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애플이 20%대를 지키는 형태로 재편될 것이란 소문이 시중에 나도는 배경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체제로 굳어진다면 그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스마트폰 업계에선 애플이 새로운 결정을 내리면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뒤를 따르는 행보를 보여왔다. 애플이 출고가 100만원 벽을 깨자, 삼성전자도 곧이어 100만원이 넘는 제품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이젠 전략 모델 중 최고가 제품의 경우엔 150만원대를 넘어섰다. 최근 충전기 어댑터 논란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아이폰12'에서 충전기 어댑터를 기본 제공 품목에서 빼자, 삼성전자와 샤오미 등 다른 업체들도 일제히 어댑터를 제외했다.
기존 LG전자 스마트폰 이용자 역시 사후서비스 등에서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LG전자는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부품 수급 등 문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LG전자 일부 모델에서는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출시한 전략 모델인 'V50'의 경우 지난해 말 액정 부족으로 이용자들은 수리를 받는데 한 달 이상 기다리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유의미한 경쟁사가 사라지게 되면서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을 더욱 좌지우지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결국 가격이 오르거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