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한파에 ‘반토막 전기차’ 불만 봇물… 신형 모델은 다르다?

입력
2021.01.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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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열 활용' 히트펌프 적용 시 12~14% 효율 상승
현대위아, 국내 최초 '냉각수 분배·공급 통합 모듈' 개발
"전기차 주요 부품 온도 사시사철 적정 수준 유지"


#.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을 타는 A씨는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까지 떨어진 이달 8일 운전을 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12.6㎞를 주행하는 동안 배터리 11%가 '순삭'됐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상온 기준 아이오닉 기본형의 1회 충천 시 최대 주행거리는 277㎞로, 이를 환산하면 12.6㎞ 주행 시 배터리는 4.5% 소모가 정상이다. A씨는 겨울철이면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든다고 해서 붙여진 '반토막 전기차' 오명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A씨 외에도 최근 한파 이후 "히터를 켜자마자 주행거리가 100㎞ 가량 감소했다", "배터리 1%에 1㎞ 밖에 못 간다"는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다수의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심지어 외부 주차장에 세워 놓은 전기차는 시동 자체가 안 걸린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19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며 강추위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예보에 전기차 운전자들은 또 다시 긴장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 역시 잇단 화재 사건에 이어 한파 시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까지 이어지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업체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한파 시 주행거리 감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 히트펌프(HP) 시스템이다. 통상 전기차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외부 온도가 낮아지면 전자의 움직임이 둔해져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겨울철 스마트폰의 전력 잔량이 급격히 떨어져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 내연기관은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내 난방에 활용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전력을 소모해 난방을 해야한다. 히터는 전기 에너지 소모가 매우 커 겨울철 성능 저하의 주범으로 꼽힌다.

HP는 실내 난방을 위한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전자제품을 오래 사용하면 열이 나는 것처럼 전기차 구동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실내 난방에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와 기아 니로의 기본형과 HP 모델은 영하 7도의 저온 상태에서 히터를 최대로 틀었을 경우 12~14%의 에너지 효율 상승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위아는 또 국내 최초로 전기차의 구동부품과 배터리 부분을 통합해 열을 관리하는 '냉각수 분배·공급 통합 모듈' 개발에 성공했다. 이 모듈은 기존에 구동 부품과 배터리 냉각을 별도로 담당하던 방식을 기능적으로 통합한 것으로, 차량 내부 구동에 필요한 주요 부품의 온도를 사시사철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시스템보다 더 효율적인 열관리가 가능해져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수명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통합 모듈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위아는 또 2025년까지 냉각 모듈에 실내 공조까지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열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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