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주식시장이 부풀어오르는 양상을 '과속'으로 진단하면서 빚을 내 자산에 투자하는 '빚투(레버리지 투자)'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는 "아직 조정 가능성을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가 수준이 버블인지 아닌지는 (현 시점에) 파악하기 어렵지만, 주가 동향 판단 지표를 보면 속도가 과거보다 상당히 빠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실물 경기나 소득 여건과 비교해 자산가격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상 못한 충격이 닥쳤을 때다. 이 총재는 △현재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의 '쇼크(충격)'가 발생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장밋빛 미래를 보고 빚투를 감행했던 투자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총재는 "주가가 과속하게 되면 예상치 못했던 조그만 충격에도 급격한 조정이 올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국내 금융시스템이 어느 정도의 외부 충격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키는 투자에 대해서는 늘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액이 100조원을 넘기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이 총재는 부실이 급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증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던 데다, 금리 수준이 크게 낮아지고 대출 평균 만기도 이전에 비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이전에 비해서는 낮아졌고, 연체율도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시점에서는 가계부채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져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협의해 관리 방안을 찾아갈 방침이다.
이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가운데, 이 총재도 "아직 (저금리) 기조 전환 언급을 하기엔 이르다"고 단언했다. 아직도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어려움이 상당히 크고, 앞으로 경기 회복 흐름에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은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했던 여러 프로그램도 당분간 유지할 전망이다. 이 총재는 "현재로서는 대면 서비스업이 상당히 부진한 데다, 주로 거기에 종사하는 계층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인 만큼 지원을 성급하게 거둬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 대해 "선별적 지원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코로나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것이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