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고 위험성이 높았던 제주남단의 항공로와 항공관제체계가 37년 만에 바뀐다. 특히 서울~상하이 정기노선은 1994년 취항 이후 26년 만에 관제직통선이 설치되는 등 관제체계가 정상화됐다.
국토교통부는 1983년부터 운영된 제주남단의 항공회랑(항공로 설정이 불가능한 특수여건에서 특정 고도로만 비행 가능한 구역)을 대신할 새로운 항공로와 항공관제체계를 오는 6월까지 단계적으로 구축 및 운영하기로 한·중·일 당국 간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제주남단 항공회랑은 중국 상하이 동쪽 해상에서 제주 남쪽 한국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해 일본 후쿠에섬으로 연결됐다. 길이는 519㎞이며 폭은 93㎞이다. 중일 간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 수교 전인 1983년에 지정됐다.
제주남단 항공회랑은 그간 항공안전 우려가 컸다. 일본이 관제업무를 제공하는 항공회랑 구역이 한국이 관제하는 기존 동남아행 항공로와 교차했기 때문이다. 관제가 일원화되지 않다 보니 항공기 간에 안전사고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항공회랑 지역 교통량도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580대에 달했다.
새로운 항공로 및 항공관제체계 구축은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3월 25일부터 시작되는 1단계에선 항공회랑 중에 위험도가 높은 일본 관제권역을 한국이 맡기로 했다. 이 권역에서 중일 항공노선은 복선화된다. 중국 관제권역에 대해선 한중 간 공식적 관제합의서를 최초로 체결하고 관제직통선도 운영하기로 했다.
2단계는 6월 17일 잠정 시행 예정이다. 한중 간 추가 협의를 통해 2019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에서 보고 및 합의된 대로, 인천비행정보구역 전 구간에 새로운 항공로가 구축된다.
새 항공로 및 항공관제체계 구축은 2년간 협상을 통해 일궈낸 성과다. 국토부는 우수한 항행인프라와 관제능력을 기반으로 1단계 운영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한편, 한중 간 남은 협의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1994년 한중 항공협정 체결 이후 서울~상하이 정기노선 항공편이 수십 년간 비정상적으로 다녔다"며 "이제부터는 국제규정에 맞게 설치된 정규 항공로를 이용해 정상적인 항공관제서비스를 받으며 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