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호 메이저리거인 박찬호의 은사이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인 토미 라소다 전 LA다저스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93세.
다저스 구단은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라소다 전 감독이 심장 마비로 숨을 거뒀다”라고 전했다. 현지 시간으로 7일 오후 10시10분쯤 자택에서 심정지로 병원으로 이송 됐고 10시57분 사망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건강 문제로 입원한 뒤 두 달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며칠 전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1976년 다저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라소다 전 감독은 1996시즌 심장병으로 중도 사퇴할 때까지 21년간 다저스를 지휘했다. 재임 기간 월드시리즈 정상에 두 차례(1981년 1988년) 올랐고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도 두 번 받는 등 MLB 명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다저스를 이끌며 거둔 성적은 21시즌 3,040경기에서 1,599승 2무 1,439패다. “내 혈관에는 (다저스의 상징 색깔인) 파란 피가 흐른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저스를 향한 애정이 깊었다. 1996시즌 도중 감독에서 물러난 뒤에도 ‘구단주 특별 자문’으로 다저스와 함께했다. 1997년엔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맡아 미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해에는 다시 한번 다저스의 우승을 목격했다.
특히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를 지도하며 남다른 인연을 쌓기도 했다. MLB 통산 124승을 올린 박찬호는 라소다 전 감독을 양아버지로 여겼다. 박찬호는 지난해 6월 미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할아버지뻘인 라소다 감독은 마치 친구같이 대해줬다”고 회고했다.
라소다 전 감독은 MLB 선수 시절 투수였으나 눈에 띄진 않았다. 하지만,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열정적 리더십과 소통으로 능력을 드러냈다. 다저스 구단주 마크 월터 회장은 "라소다는 훌륭한 야구 홍보대사였고, 선수들과 코치의 멘토였다. 그는 항상 팬들을 위해 시간을 내 사인을 해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가)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스탠 카스텐 다저스 사장도 "라소다만큼 다저스 정신을 구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그는 결정적 순간에 팀을 승리로 이끄는 챔피언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