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앞산의 한 카페에서 2019년 4월 SBS ‘영재발굴단’에도 소개된 마라톤 천재 김성군(9) 학생을 만났다. 김군은 등장부터 에너지가 넘쳤다. 카페에 우당탕 뛰어들어 “어! 여기서 촬영이 있댔는데?”라며 카메라부터 찾았다. 이어 함께 온 최정두 회장이 겨우 말려 자리에 앉았다. 최정두(58) 대구남구육상연맹 회장은 “방송 이후로도 김군의 기록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앞으로 신체가 성장하면 기록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군은 만 5세 때 처음 하프를 완주했다. 2020년에 첫 풀코스에 도전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마라톤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아 도전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도전은 올해로 미루어졌다. 최 회장은 “성군이가 풀코스를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지 보려한다”며 “완주가 목표기 때문에 천천히 뛰지만 그래도 참가자 중 절반 이내로 골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9살인 김군의 현재 기록은 400m 트랙 기준 5㎞에 19분 34초로 성인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최 회장은 “일반 성인 남성도 20분 안에 뛰기 힘든데, 지난해 11월 14일 울산 국제마라톤 대회(10㎞)에선 42분 35초만에 완주했다”면서 “이날 김군의 대회 기록은 참가한 여자 선수 중에서 2등 성적이었다”고 밝혔다.
김군이 타고난 마라토너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폐활량이 많은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달리는 자세가 정확하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다양한 스포츠계의 도움을 받아 태릉선수촌에서 김군의 신체와 달리기 자세 등을 분석했다.
“성군이는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달립니다. 전문가들은 뛰는 자세가 토끼가 발을 구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토끼는 앞꿈치로 뛰면서 착지와 동시에 지면을 박찹니다. 자세가 정확하기 때문에 발이 쿠션역할을 하고 힘이 흡수되면서 뛰는데 무리가 적게 갑니다.”
김군의 최대 경쟁력은 승부근성이다. 지난해 11월 울산 국제마라톤대회(10㎞)에서 대구출신 여자선수가 4㎞ 지점에서 김군을 추월해 10m 앞을 달렸다. 김군이 승부욕을 발동해 6㎞ 지점에서 여자선수를 역전했고 결국 20초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날 울산 대회 관계자는 즉석에서 특별상과 상장을 만들어서 수여했다.
훈련장에서도 경기 못잖은 의욕을 발휘한다. 최 회장은 “미션이 주어지면 완수하기 위해 마의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높은 속도로 빠르게 뛰어야하는 러닝머신 훈련에서 남들이 1분 뛰고 1분 쉬면서 10세트를 한다고 하면 김군은 5분을 연달아 뛰려고 한다. “마음먹으면 못 해낼 것이 없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최 회장은 신체가 성장해 가는 4학년 즈음이 되면 분명 기록이 크게 터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런 인재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기 위해서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김군이 4-5학년이 되면 케냐로 3년 정도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마라톤 국제기록은 2시간 12분대로 세계기록과 10분 이상 차이가 난다. “조금이라도 기록이 앞선 나라에서 자세교정, 건강관리 등을 받으며 고지대에서의 달리기를 통해 폐활량을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훈련과 단련에 의한 운동으로 기술보다 기능이 중요합니다. 꾸준한 훈련이 모여서 하나의 실력, 결과가 됩니다. 100m, 200m 단거리 달리기가 큰 근육을 움직인다면 마라톤을 뛸수록 잔근육과 지구력이 늘어납니다.”
김군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초훈련에 충실하고 있다. 대신 다양한 환경의 코스에서 훈련을 받는다. 평지, 인터벌, 산악구보, 계단 오르기 등을 섞어서 훈련을 진행한다.
최 회장은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회 횟수가 많이 감소했지만 훈련에는 영향이 없었다”며 “2021년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즉시 활약을 시작할 성군이를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