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파워인물] 최문순 화천군수 "식탁에 오를 산천어, 기대해도 좋습니다"

입력
2021.01.11 16:00
축제 취소되자 가공식품으로 돌파구 찾아
기업·호텔쉐프 함께 20가지 레시피 출시
"1년 내내 수익 내는 축제 성공모델 개발"

올 겨울엔 작은 얼음 구멍을 뚫어 산천어를 낚는 '손맛'을 느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로 국내 대표 겨울잔치인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축제가 사실상 취소된 탓이다. 지난해엔 하늘이 심술을 부려 얼음을 녹이더니,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말썽이다. 캐나다 퀘벡 윈터카니발과 일본 삿포로(札幌) 눈 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이벤트가 2년 연속 악재를 만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천어축제의 직간접적인 파급효과가 2,000억원을 훌쩍 넘는 만큼, 화천군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최문순(사진) 화천군수는 "산천어를 활용한 식품산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장에서 소비하기로 했던 산천어 63톤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에 나섰다"는 얘기와 함께 최 군수는 다양한 전략을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화천군은 지난해 말 반건조 제품 등 산천어 가공식품을 선보였다.

이어 롯데백화점과 함께 '화천 산천어 판매 라이브커머스'를 14일 오후 6시부터 유튜브 채널(롯데 100 LIVE)에서 방송한다. 15일부터는 롯데백화점 서울 노원점에서 오프라인 판매에도 들어간다. 코로나19확산으로 축제를 열지 못할 상황에 대비한 '플랜B'를 일찌감치 가동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최 군수는 "국내 식품기업과 손 잡고 산천어 살코기 통조림 개발에 들어가 이르면 이달 말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올해를 산천어 식품산업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비록 올 겨울 짜릿한 손맛은 제공할 수 없지만 청정 산천어로 전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당찬 포부다. 그가 기꺼이 산천어 세일즈맨이 되기로 한 이유다.

화천군은 또 최근 국내 유명 쉐프가 참여한 20가지 레시피를 개발했다. 새콤한 산천어회무침과 양념구이, 죽, 크림수프, 부야베스, 감바스알 하이오 등 한식과 스페인 요리까지 응용범위가 다양하다.

"지난달 화천에서 열린 시식행사에선 산천어 조리 시 원형이 잘 유지되고, 다른 민물생선과 달리 비린내와 흙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최 군수의 얘기다.

"제가 직접 맛보니 걱정했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더군요. 유명 호텔 조리사를 비롯한 전문가 그룹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소비자 반응도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 군수는 "식품 산업화를 위한 첫 발을 떼긴 했지만 당장 올해 큰 수익이 발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산천어 제품이 올 겨울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 믿는다. 1년 내내 화천이란 도시와 산천어를 홍보할 경우 오프라인 축제에 이어 또 하나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란 바람도 전했다.

그는 "지역축제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식품산업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최 군수는 "전국 대부분 축제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에 머무는 실정"이라며 "산천어축제도 150만명이 찾는 규모에 비해 식품 등 관련 분야 발전 속도는 더딘 것이 사실이다. 겨울에만 즐기는 축제를 넘어 사계절 내내 수익을 만드는 구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날씨와 바이러스 같은 돌발변수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새 수익모델이 절실해졌다는 얘기다. 15년 전 강원도의 작은 도시가 겨울축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듯, 산천어를 활용한 6차 산업화 등 또 다른 전략을 고민하는 이유다.

"유통·소비시장에서 산천어 식품 수요가 늘어나면 지역 내 농공단지에 생산공장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겠죠. 관련 기업 유치도 가능할 테고요. 그러면 주민들에겐 좋은 일자리까지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화천군이 바라는 최상의 모델이에요."

공직에 몸담고 있던 2003년부터 산천어축제와 함께하고 있는 최 군수는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된 재선 자치단체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지사와 한자(崔文洵)는 같지만 고향, 소속정당이 다른 동명이인이다. 최 군수는 산천어축제 관련 사업 외에도 화천군 출신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과 체류비용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교육복지 정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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