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정권 출범 4개월 만에 벼랑에 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추락하는 내각 지지율을 멈추게 할 확실한 카드가 없어서다. 7일 발령한 긴급사태선언은 앙숙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에게 떠밀려 모양새를 구겼고 효과를 거둘지도 불투명하다. 자민당에서는 '스가 끌어내리기'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벌써 4월 25일 보궐선거가 스가 정권의 명운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정조회장은 5일 위성방송 BS후지에 출연해 홋카이도와 나가노현에서 열리는 보궐선거에 대해 "양쪽에서 진다면 스가 정권에게 큰 타격이 된다"며 "향후 정국(政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국은 총리 퇴진이나 중의원 해산 등을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을 뜻한다.
그의 발언은 당내 파문을 낳고 있다. 간사장·총무회장과 당 3역으로 꼽히는 인사가 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손절'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당내 최대 파벌(98명)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 인사라는 점은 그의 발언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보궐선거가 열리는 홋카이도 2선거구는 '계란 스캔들'로 의원직을 사퇴한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 전 중의원 지역구다. 나가노 선거구는 코로나19로 사망한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郎) 입헌민주당 참의원의 지역구로 야당 강세지역이다. 사실상 시모무라 정조회장이 스가 정권 출범 후 첫 국정선거인 보궐선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스가 총리와 가까운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6일 "선거에서 졌다고 정국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무파벌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스가 총리 측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스가 총리가 5일 제2파벌 아소파(56명)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한 달 만에 점심 식사를 함께 한 것도 이러한 미묘한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다.
스가 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해산 시기와 관련해 "가을 어딘가"라고 말했다가 이후 "가을까지"로 정정했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후 해산할 의향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앞서 코로나19 수습과 휴대전화요금 인하 등의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재선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긴급사태선언을 결정한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도쿄도 2,447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7,000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선언 후에도 코로나19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30%대의 현재의 내각 지지율도 붕괴될 수 있다. 이 경우 "스가 총리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 중의원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당내 주장이 분출하면서 '스가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 스가 총리의 의지대로 중의원을 해산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8일 소집되는 정기국회에서 중·참의원 예산위원회도 시험대다. 코로나19 뒷북 대응에 대한 야당의 추궁에 답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날 긴급사태선언 결정에 앞서 중·참의원 보고에 총리 대신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장관이 참석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은 "국회에 나와 설명할 수 없다면 총리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