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즌 준비에 돌입한 K리그 구단들의 동계 전지훈련 패턴이 확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이었던 지난 겨울과 달리 올 겨울엔 단 한 팀도 해외로 나서지 못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여러 팀이 한 지역에 모여 양질의 연습경기를 펼치던 ‘집적효과’도 사라졌다. 일부 구단은 전지훈련 계획을 접고 클럽하우스에 머무는 ‘집콕’ 전략도 꺼내 들었다.
6일까지 발표된 K리그 각 구단별 동계 전지훈련 계획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전지훈련이 불가능한 올해 대부분의 구단들이 국내 남부지방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선정 과정은 대체로 험난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예년 같으면 프로구단 전지훈련 유치를 두 손 들고 반겼을 지방자치단체들이 선수단 단체방문 및 체육시설 개방에 부담을 느낀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거액을 들여 유럽과 동남아시아, 일본 등을 향했던 터라 구단 재정 부담은 일단 덜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서도 “지자체들도 전지훈련을 아예 불허하거나 제한된 수의 팀만 받겠다는 입장인 곳이 많아 훈련장소 섭외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구단들이 1차 전지훈련 이후 이동하게 될 2, 3차 전지훈련지도 지자체 방역지침 변경 등에 따라 연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전지훈련 계획이 갑자기 틀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민성 신임 감독이 부임한 대전하나시티즌의 경우 일찌감치 경북 경주시를 전지훈련지로 점 찍었지만, 해당 지역 체육시설 이용이 어려워 경남 거제시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는 박진섭 감독 체제로 바뀐 FC서울도 전지훈련지로 검토하던 곳이었는데, 서울은 최종적으로 경남 창원시를 전지훈련지로 낙점해 7일 입성한다.
일부 구단은 저마다 최적의 전지훈련지를 찾아나선 끝에 기존에 인기를 얻지 못한 지역을 발굴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새 연고지 시대를 연 김천 상무는 일단 울산에서 1차 전지훈련을 한 뒤 부산 기장군으로 향하고, 이영민 신임 감독 체제를 맞은 부천은 4일부터 경남 밀양군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경남과 울산은 경남 통영시를 전지훈련지로 택한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참가 선수들이 최근 자가격리를 마친 울산은 상대적으로 늦은 13일부터 짐을 푼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주도와 경남 남해군 등 ‘전지훈련의 메카’의 인기는 식지 않는다. 일찌감치 인천이 제주에 여장을 풀었다가 최근 뭍으로 이동했고, 수원삼성, 수원FC, 성남 등 수도권 팀은 물론 포항도 제주에서 새 시즌 준비를 시작한다. 남해엔 K리그1(1부리그) 4연패에 빛나는 전남과 함께 대구, 광주가 모인다. 다만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 겨울까진 활발했던 K리그팀간 연습경기가 사라진 분위기다. 물론 팬들을 비롯한 외부인들의 훈련장 방문도 허용하지 않는다.
부산과 제주 유나이티드는 아예 클럽하우스에 머물기로 했다. 부산은 당초 제주 전지훈련을 예정했지만, 다른 팀들이 남부지방으로 내려오는 마당에 굳이 집을 떠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주 역시 “1월은 클럽하우스에 머문 뒤 2월부터 육지로 이동해 훈련할 계획”이라며 “아직 K리그 팀과 연습경기 계획도 잡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