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한복 저고리 차려입고… 한국계 美 하원, 의회 개원식 선서

입력
2021.01.04 11:33
스트리클런드 의원, 3일 개원식서
저고리, 치마 입고 의원 선서 화제
"한국계 어머니의 유산 이어 받고
미국서 다양성 중요하다는 의미"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방 상ㆍ하원 117회기 개원식에서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한국계 메릴린 스트리클런드(민주ㆍ워싱턴) 하원의원이었다. 그는 붉은색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 등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연단에 섰다.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스트리클런드 의원이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를 하자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미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를 하는 사진을 게시하면서 “한국계 미국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후손인 여성으로서 한복을 입고 등원하는 것은 어머니의 유산을 이어받는 것뿐 아니라 미국과 각 주(州), 그리고 민의의 전당에서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밝혔다.

사상 첫 한복 등원에 각계의 반응도 잇따랐다. 같은 한국계이자 민주당 소속인 앤디 김(재선ㆍ뉴저지)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놀라운 순간이자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워드 모트먼 C-SPAN방송 커뮤니케이션국장도 스트리클런드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트윗했고, 니컬러스 우 USA투데이 기자는 “미 의회에 등원하게 된 3명의 한국계 여성 중 한 명인 스트리클런드 의원이 한복 차림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올해로 구순이 넘은 한인 김인민씨를 어머니로 둔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인 1967년 미군이었던 아버지가 포트 루이스 기지로 전보되면서 워싱턴주 타코마에 정착했다. 그는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클라크-애틀랜타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타코마 시의원과 시장을 거쳐 최근에는 시애틀 광역 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CEO)를 지내기도 했다. 탁월한 리더십과 풍부한 행정 경험,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성향이 어우러져 폭넓은 지지를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지난해 11월 3일 대선과 함께 실시된 상ㆍ하원 선거에 따라 이날 개원한 117회기 의회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한국계 하원의원 4명이 탄생했다. 민주당 소속으로는 스트리클런드 의원과 김 의원, 공화당 소속으로 미셸 박 스틸(초선ㆍ캘리포니아), 영 김(초선ㆍ캘리포니아) 의원이 각각 의회에 입성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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