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대 정치 행사이자 최고 결정기구인 제8차 노동당 대회를 내달 초순 개최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에도 개회 날짜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에 따른 유동성을 감안해 막판까지 발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당대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 유지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2차 정치국회의가 29일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당 제8차대회를 2021년 1월 초순에 개회하는 결정을 채택하였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날짜는 못 박지 않았지만 내달 1일부터 10일 사이에 대회를 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6년 7차 당대회처럼 나흘 일정으로 연다고 가정하고, 김 위원장 생일(1월 8일)을 고려하면 4~7일 개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번 당대회는 개최가 임박한 시점까지 구체적 일정이나 분야별 당 대표회 선거 등 준비상황이 공개되지 않아 여러 추측을 낳았다. 7차 당대회 때 한 달 전부터 매체들이 시ㆍ군ㆍ구 당대표회 소식을 알리고, 열흘 전 정확한 개회일을 공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 당국이 뒤늦게 일정을 알리면서도 시기와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건 방역 사정 탓이 커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20일쯤 지방 대표자들이 평양으로 출발했다고 한다”며 “2주 격리기간 동안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발표 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대회에 대한 외부 관심을 집중시켜 개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내외 메시지는 물론 당대회와 군중대회 일정까지 모두 정해놓고도 일부러 주목을 끌기 위해 정보를 ‘살라미’처럼 잘라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제사회 시선을 북한으로 모으기 위한 의도적 모호성”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번 정치국회의에서 제8차 당대회에 상정할 ‘일련의 중대한 문제들’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등 경제건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남ㆍ대미 전략에서도 파격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5년 전 김 위원장은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며 직접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이 당대회를 앞두고 최대한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벌여온 ‘80일 전투’는 이날로 막을 내렸다. 신문은 “80일 전투 기간 각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와 전진을 이룩해 당대회 소집을 위한 훌륭한 조건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경제제재, 자연재해의 삼중고 속 ‘허리띠 졸라매기’식으로 치러진 80일 전투의 실질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평가가 대체적이다.
결국 북한 당국은 10월에 이어 또 한 번 열병식을 열고 부진한 경제 성과를 군사력 과시로 가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양 교수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무기 노출을 피한다면 이 역시 대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