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이요? 작년만 해도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예약이 단 한 건도 없었어요. 매출은 작년의 4분의 1도 안 돼요. 요새 이 동네서 술 먹는 사람 없어요."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상권으로 꼽히는 마포구 연남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주 크리스마스 연휴만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A씨는 "그나마 수수료 내면서 배달 안 했으면 버티지도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배고픈 사람한테 밥 한끼도 아닌 과자 하나 던져준 꼴"이라며 지원책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에게 올 연말은 악몽에 가까웠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지난 주 매출이 올해 들어 최악으로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해에 희망을 걸 수도 없는 실정이다. 내년엔 보증금마저 다 털고 거리로 나 앉느냐의 고비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사의 기로에 들어선 형국이다.
이우명 홍대 걷고싶은 거리 상인회장은 "이 동네는 임대료도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라 상인들은 거의다 보증금에서 월세를 까먹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보증금이 동나는 내년 상반기에는 홍대 상권 전체가 뒤집어 질 것"이라며 정부가 명확한 임대료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소상공인 카드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21~27일인 올해 52주차 전국 평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에 그쳤다. 지금까지는 51주차 서울지역의 57%가 가장 낮은 수치였지만, 52주에는 전국 모든 지역이 이 수치를 밑돌았다.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진 탓에 매출 감소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시 자치구별 매출 현황을 보면, 39%로 전국에서 매출 감소가 가장 심한 서울 중에서도 마포구(28%), 종로구(29%), 용산구(31%), 중구(32%) 등 도심 지역의 타격이 두드러졌다. 23일부터 시행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로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 모임이 대거 취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더 큰 문제는 3차 유행에 접어든 11월 이후 매출 피해가 장기화하고 있는 점"이라며 "정부는 소상공인을 구제할 수 있는 큰 틀의 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전망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신년모임도 이미 물건너 간 셈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발표한 '2021년 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주력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의 1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28.1로 전월(53.8) 대비 반토막이 나며 모든 업종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SBHI는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낮으면 부정적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들이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보릿고개를 버텨내려면 정부가 맞춤형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전라도는 임대료 지원, 경상도는 세금 감면을 더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처럼 지역별, 업종별로 지원책의 선호도가 각기 다르다"며 "지금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는 장기적 정책보다 신속하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