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돌아본 '코로나 블랙홀' 열두 달의 기억

입력
2020.12.30 09: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나들던 3월. 대구의 지역거점 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간호사의 이마에 보호구 착용으로 눌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상처를 마다하지 않은 이들 의료진의 헌신은 성공적인 K방역의 밑거름이 됐다.

'잠시 멈춤'이 일상이 된 2020년, 대한민국은 1년 내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 왔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의료진의 헌신, 소상공인의 아픔, 새롭게 적응해야 했던 낯선 일상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칠흑 같이 어두웠던 2020년을 증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점령한 올 한 해, 열두 달을 대표적인 장면들로 정리했다.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1월 20일)이라는 초대형 뉴스로 문을 열었다. 설연휴를 전후해 2차 감염마저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으로 바이러스의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31일 중국 우한 교민 등 367명을 태운 정부 전세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안전을 위해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의 소망과 달리, 2월 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는 급격히 세를 키웠다.



[2월] 마스크 구입 대란

미지의 바이러스와 싸우는 우리 국민 앞에 시련이 더해졌다. 대구 경북 대규모 감염 사태를 목격한 국민들은 당장 하루를 견딜 마스크 한 장을 구하지 못해 추위를 견디며 장사진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정부는 공정마스크 공급 등 대책을 내놓지만 의료현장에서마저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은 한동안 이어졌다. 2월 28일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목동 행복한백화점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3월] 코로나19 대유행 관련 신천지 회장 사과 기자회견

.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3월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 사죄의 의미로 절을 하고 있다. 신천지는 감염자를 숨기고 정부의 방역수칙을 따르지 않아 대구 경북 코로나19 대유행의 장본인이 됐다. 이 총회장은 8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4월] 코로나19 전국 확산 위험 속 성공적 총선 치러

제21대 총선은 코로나19 전국 확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됐다. 4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체육관에서 진행된 개표작업 중 개표원들이 마스크와 얼굴 가리개를 함께 착용한 모습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다행스럽게 이날 선거 과정 중 코로나19가 확산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5월] 다섯 차례 등교 중지 끝에 아슬아슬 등원길

다섯 차례의 등교 중지 끝에 마침내 고3 학생들부터 5월 20일 등교수업이 시작됐다. 순차적인 등교조치에 따라 27일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원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아슬아슬한 등원길에 오르고 있다.


[6월] 실업자 폭증으로 한 달 구직급여 지급액 1조원 넘어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 폭증 등 경제난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달 구직급여 지급액(5월 기준)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경제는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더욱 얼어붙었다. 6월 9일 구직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행된 실업급여 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7월] 정부서울청사 직원 확진자 발생에 긴급 방역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명대를 오르내리면서 코로나19 확산의 공포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7월 25일 확진자가 발생한 정부서울청사 건물 내부를 방역 관계자가 소독하고 있다.


[8월] 교회발 집단감염 기폭제인 전광훈 목사 확진에 턱스크 논란도

8월 중순 불붙은 교회발 집단감염은 2월 대구 경북 대유행의 악몽을 소환했다. 정부 방역지침을 무시해 코로나19 확산세의 기폭제가 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8월 17일 서울 성북구 자택 인근에서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그는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일명 턱스크) 빈축을 샀다.



[9월] 추석연휴 귀성 자제 내용 담은 웃픈 현수막 걸려

추석연휴 특별 방역대책의 핵심은 '언택트(비접촉)'였다. 귀성 대신 '마음만 보내라'는 내용의 글귀가 담긴 플래카드가 안타까움을 더했던 9월 17일 대전 대덕구 덕암동의 풍경. 바이러스는 부모와 자식의 만남마저 가로막았다.



[10월] 광화문광장에 돌발 집회·시위 방지용 차벽 등장

코로나19는 표현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묵직한 질문도 던졌다. 광복절 집회가 2차 대유행의 불쏘시개가 됐던 기억과 상처는 광장의 차벽으로 형상화됐다.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11월] 코로나 3차 대유행에 대입 수험생 비대면 수시 면접 진행

찬바람이 불면서 급기야 코로나19는 3차 대유행으로 번졌다.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300명을 넘어선 11월 중순. 대입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해 대학들은 비대면 화상면접을 통해 수시 일정을 진행했다. 22일 한 수험생이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치러진 학생부종합전형 면접고사에 비대면으로 참여하고 있다.


[12월] 일일 확진자 1,000명대에 연말연시 실종, 소상공인들은 줄폐업

하루 확진자 1,000명대. 동장군과 함께 찾아온 3차 대유행은 연말연시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게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이 줄을 잇는 등 서민 경제가 곳곳에서 주저앉았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서울 남대문시장 상가는 활기를 찾지 못한 채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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