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결국 검찰이 직접 수사키로

입력
2020.12.29 23:20
12면
수사 대상이 고위 공직자이고
법리검토 많이 필요한 사건 감안
이 차관 윤석열 징계 의결했지만
이번엔 윤 총장이 칼자루 쥐게 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받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이어 이 차관까지 현직 법무부 수뇌부가 잇달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12월 23일 배당된 법무부 차관 피고발 사건은 검찰에서 직접 수사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와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 차관을 지난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22일 이 사건을 대검에서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23일 교통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5부(부장 이동언)에 배당했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달 6일 밤 만취 상태로 택시를 탔다가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운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특가법상 ‘운행 중 운전자 폭행’ 혐의가 아닌, 형법상 단순 폭행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검찰이 이 차관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한 건 공정성을 염두에 둔 판단으로 보인다. 경찰이 한 번 처리했던 사건을 다시 경찰에 맡기는 것보다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것이 ‘이 차관 봐주기’ 논란을 불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창룡 경찰청장이 28일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경찰이 다시 사건을 맡을 경우 수사결과가 예상된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이 법무부 고위공직자이고, 법리 검토가 많이 필요한 사건이라는 점도 직접 수사를 결정한 이유로 꼽힌다.

검찰은 30일 오전 10시 고발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이 수사했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에 임의제출을 요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내사종결’ 사건 자료에 대해 검찰이 임의제출을 요청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이 이번에도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수사를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차관 사건을 직접 맡게 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 차관은 미묘한 긴장 관계에 놓이게 됐다. 이 차관은 앞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참석해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지만, 윤 총장은 법원의 징계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총장직에 복귀했다. 검찰총장은 주요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이번엔 윤 총장이 이 차관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칼자루를 쥐게 됐다.

대검은 이 차관 사건을 수사한 경찰 수사팀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의뢰한 사건 및 시민단체가 이 차관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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