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내년 2분기부터 2,000만명 분의 모더나 백신을 들여오기로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다. 우선 이전까지 알려진 1,000만명 분의 두 배를 확보했다. 이로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비롯, 우리 정부는 5,6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게 됐다. 뒤늦은 백신 확보라지만, 산술적으로는 ‘전 국민 접종’이 가능한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조금 더 물량 공급 시기를 앞당기고, 거기에 맞춰 접종 계획을 세우는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 브리핑에 참석한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스테판 반셀 모더나 대표간 영상 통화 이후 계약 시기, 공급 시기 모두 앞당겨진 것으로 안다"며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모더나 백신은 '내년 1월 계약 체결, 하반기부터 공급'이 점쳐져 왔다.
모더나 백신의 장점은 임상시험에서 백신들 가운데 가장 높은 94.1%에 이르는 백신 효과를 나타냈고, 특히 미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 예방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하 20도에서 보관할 수 있어,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보다는 유통이 쉽다.
모더나와 계약이 급진전된 데에는 국내 위탁생산 가능성이 높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반셀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영상 통화에서 "모더나는 백신 생산 역량이 부족했다"며 “한국 기업이 강력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 백신 물량을 주는 대신 위탁을 통한 대량생산을 얻어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당장 제약업계에서는 모더나의 한국내 위탁생산 업체로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거론된다. 이들은 국제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시설사용계약을 맺고 있다. 자신들의 백신 공장 가운데 일부를 CEPI가 지원하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사용한다는 계약이다. 국내 도입 예정인 4종의 백신 가운데 화이자를 제외하고 모두 CEPI의 지원을 받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와 이미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만큼, 모더나의 파트너로는 GC녹십자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GC녹십자의 백신 제조 공정은 모더나 백신과 다르지만, 일부 원료를 제공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건 가능하다. GC녹십자는 여러 백신 제조사들과 위탁생산 여부를 타진해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복수의 백신 개발사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계획이 더욱 중요해졌다. 앞서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적어도 내년 3분기(7~9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까지 접종하는 것이 목표"라 밝힌 바 있다. 도입 예정인 백신들의 도입시점을 보면 △1분기 아스트라제네카(1,000만명분)과 국제 백신구매 기구 ‘코박스 퍼실리티’(1,000만명분) △2분기 얀센 백신(600만명분)과 모더나 백신(2,000만명분) △3분기 화이자 백신(1,000만명분) 순이다.
'내년 9월까지 집단면역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물량들이 차질 없이 들어오고, 또 들어오자마자 대부분 접종으로 곧바로 이어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도입 물량을 최대한 늘리고, 도입 시기 또한 앞당겨야 할 뿐 아니라 치밀한 접종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적극적 노력으로 백신 확보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하지만 물량확보는 출발선일뿐 이후 백신의 허가, 대량생산, 보관유통, 접종, 안전성 모니터링, 접종 우선순위 등의 문제를 잘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