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설 명절에도 작년 추석과 같이 귀성을 포기하는 이른바 '귀포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한번의 비대면 명절이 예상되자 유통업계의 마케팅 달력도 앞당겨졌다. 지난 추석, 귀성 비용을 아낀 사람들이 명절 선물세트로 몰렸다는 걸 학습한 기업들은 일찌감치 인기 품목 물량을 확보하고 예년보다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빨리 시작하며 '대목 살리기'에 돌입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이마트와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롯데마트 등의 한우, 굴비 등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량은 작년 설 예약판매 개시 후 첫 일주일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설 연휴가 2월 둘째 주라 7주나 앞서 예약을 받았는데 비슷한 매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5주 전에 개시했던 지난해보다 예약판매 기간을 2주 늘린 유통업계는 벌써부터 매출 신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1월에는 더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져 지난 설 대비 유의미한 증가폭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아닌 SSG닷컴까지 12월에 예약을 시작한 건 상당히 빠른 편"이라며 "온라인몰은 보통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재고 정리에 집중하고 설 마케팅은 연휴 2, 3주 전에 하는데 추석 때 예약판매 효과를 봤기 때문에 최대한 그 기간을 늘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둘러 예약판매에 들어간 이유는 지난 추석 당시 예약판매 폭증이 이번 설에도 재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체 명절 선물세트 매출 중 예약 구매 비중은 꾸준히 상승세였지만, 작년부터는 고향에 직접 가지 못하는 마음이 선물 수요에 반영돼 할인 혜택 등이 더해지는 예약판매 매출이 더 빠르게 늘었다.
2017년 21.4%였던 이마트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비중은 2018년 22.1%, 2019년 23.8%로 증가했고 작년 추석 때는 38.9%로 뛰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25%→27%→45%로 상승한 데 이어 추석엔 50%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17일 가장 먼저 설 선물세트 예약을 시작한 홈플러스에는 이미 소비자들이 몰려 17~20일 한우 세트 판매량이 추석 예약 첫 4일간 판매량보다 48% 급증했다. 최근 3년간 홈플러스 설 선물세트 예약 비중은 각각 33%, 36%, 48%였고 작년 추석 땐 57%를 기록한 바 있다.
유통업계는 한우 등 단골 선물 품목을 비롯해 비대면 명절에 맞는 품목 물량도 대폭 늘리는 추세다. 이마트는 추석에 반응이 좋았던 마스크, 손 소독제 등 위생세트 물량을 3만개로 3배 늘렸고, 과일은 신선도 유지 센터에 미리 물량을 비축해 뒀다. 롯데마트 역시 프리미엄 세트와 건강기능식품 등 건강 관련 선물세트 물량을 각각 10%씩 늘렸다. 홈플러스는 '홈술' 트렌드를 겨냥해 프리미엄 햄과 치즈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지난달 28일 추가했다.
백화점도 이른 예약판매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보다 열흘 앞당긴 1월 4일부터 최대 30% 할인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고, 물량도 50% 확대했다. 지난달 28일부터 한우 70%, 굴비 20%, 건강기능식품 최대 70% 할인을 내걸은 롯데백화점은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고객을 위해 온라인 전용 상품 물량을 50%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 추석 때 직접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고급 선물세트를 고르고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건강기능식품 선물세트 판매가 증가했었다"며 "설 때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해 물량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