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설에도 선물만 보내요"… '비대면 명절'에 유통가 예약판매 잰걸음

입력
2021.01.03 09:00
유통업계, 설 연휴 앞두고 선물세트 예판 중
"고향 방문 대신 선물세트 판매량 급증 예상"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설 명절에도 작년 추석과 같이 귀성을 포기하는 이른바 '귀포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한번의 비대면 명절이 예상되자 유통업계의 마케팅 달력도 앞당겨졌다. 지난 추석, 귀성 비용을 아낀 사람들이 명절 선물세트로 몰렸다는 걸 학습한 기업들은 일찌감치 인기 품목 물량을 확보하고 예년보다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빨리 시작하며 '대목 살리기'에 돌입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이마트와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롯데마트 등의 한우, 굴비 등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량은 작년 설 예약판매 개시 후 첫 일주일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설 연휴가 2월 둘째 주라 7주나 앞서 예약을 받았는데 비슷한 매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5주 전에 개시했던 지난해보다 예약판매 기간을 2주 늘린 유통업계는 벌써부터 매출 신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1월에는 더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져 지난 설 대비 유의미한 증가폭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아닌 SSG닷컴까지 12월에 예약을 시작한 건 상당히 빠른 편"이라며 "온라인몰은 보통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재고 정리에 집중하고 설 마케팅은 연휴 2, 3주 전에 하는데 추석 때 예약판매 효과를 봤기 때문에 최대한 그 기간을 늘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둘러 예약판매에 들어간 이유는 지난 추석 당시 예약판매 폭증이 이번 설에도 재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체 명절 선물세트 매출 중 예약 구매 비중은 꾸준히 상승세였지만, 작년부터는 고향에 직접 가지 못하는 마음이 선물 수요에 반영돼 할인 혜택 등이 더해지는 예약판매 매출이 더 빠르게 늘었다.

2017년 21.4%였던 이마트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비중은 2018년 22.1%, 2019년 23.8%로 증가했고 작년 추석 때는 38.9%로 뛰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25%→27%→45%로 상승한 데 이어 추석엔 50%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17일 가장 먼저 설 선물세트 예약을 시작한 홈플러스에는 이미 소비자들이 몰려 17~20일 한우 세트 판매량이 추석 예약 첫 4일간 판매량보다 48% 급증했다. 최근 3년간 홈플러스 설 선물세트 예약 비중은 각각 33%, 36%, 48%였고 작년 추석 땐 57%를 기록한 바 있다.

유통업계는 한우 등 단골 선물 품목을 비롯해 비대면 명절에 맞는 품목 물량도 대폭 늘리는 추세다. 이마트는 추석에 반응이 좋았던 마스크, 손 소독제 등 위생세트 물량을 3만개로 3배 늘렸고, 과일은 신선도 유지 센터에 미리 물량을 비축해 뒀다. 롯데마트 역시 프리미엄 세트와 건강기능식품 등 건강 관련 선물세트 물량을 각각 10%씩 늘렸다. 홈플러스는 '홈술' 트렌드를 겨냥해 프리미엄 햄과 치즈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지난달 28일 추가했다.

백화점도 이른 예약판매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보다 열흘 앞당긴 1월 4일부터 최대 30% 할인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고, 물량도 50% 확대했다. 지난달 28일부터 한우 70%, 굴비 20%, 건강기능식품 최대 70% 할인을 내걸은 롯데백화점은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고객을 위해 온라인 전용 상품 물량을 50%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 추석 때 직접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고급 선물세트를 고르고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건강기능식품 선물세트 판매가 증가했었다"며 "설 때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해 물량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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