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원료에 이어 완제품까지 수송에 나서면서 국내 백신 도입을 위한 예행 연습을 끝마쳤다.
아시아나항공은 29일 10시 20분 인천발 모스크바행 보잉747 화물기 OZ795편으로 국내 제약업체 지엘라파의 자회사인 한국코러스가 러시아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수송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 25일과 이날, 두 차례에 걸쳐 백신이 운송됐다. 먼저 25일 시험 운송 차원으로 백신 16㎏을 운송한 뒤, 이날 초도 물량으로 250도스 분량의 백신 60㎏을 수송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록 수량 자체가 많지는 않으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제품 백신을 수송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인천발 암스테르담행 여객기로 코로나19 백신 원료 약 800㎏(컨테이너 및 드라이아이스 중량 포함)을 수송했다. 대한항공이 수송한 백신 원료 물질은 국내 업체에서 생산한 것으로, 영하 60도 이하의 냉동 상태로 최종 목적지인 유럽 내 백신 생산 공장으로 운송됐다.
백신 수송은 저온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9월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문제가 됐었던 것처럼 한 순간이라도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에 구멍이 뚫리면 백신의 안전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완제품 백신을 수송한 아시아나항공은 9월부터 화물 운송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백신TF를 조직, 특수컨테이너업체 5곳과 계약을 맺고 인천공항화물터미널 내 특수창고 시설을 확충하는 등 코로나19 백신 수송에 대비해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 백신은 영하 20도로 보관 운송이 필요해 생산공장 → 인천화물터미널 → 항공기 →모스크바 화물터미널에 이르는 운송 전 과정의 콜드체인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극저온 수송을 위해서는 첨단 콜드체인 기술이 활용된다. 대한항공이 백신 원료를 수송한 의약품 전용 특수용기는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해 별도의 전원 장치 없이도 120여시간 동안 극저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또 냉동 수송에 사용되는 드라이아이스는 항공기 기종별로 탑재 가능한 총량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항공사와 국토부는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의 기술자료를 정밀 검토해 기종별 드라이아이스 탑재 기준을 조정했다. 대한항공의 백신 원료 수송에는 208㎏의 드라이아이스가 사용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이자 백신 개발 초기 극저온 수송에 대한 기술적 우려가 제기됐으나 최근 싱가포르항공이 아시아 최초로 화이자 백신의 자국 수송에 성공하는 등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됐다"며 "국내 항공사들도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과 원료를 해외로 운송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국내 백신 도입 시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한 준비는 마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