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준비 끝에 지난 2016년 한 방송사의 코미디언 공채 시험에 합격한 A씨는 ‘스타’를 꿈꾸며 2년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회의와 리허설, 촬영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받은 출연료는 주 1회 40만원이 전부. 설상가상으로 1년 후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 프로그램마저 폐지돼 생활고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코미디언의 꿈을 접고 현재 택배 배송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연기자 80%는 지난해 출연료 수입이 1,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보다 824만원 줄면서 A씨처럼 ‘투잡’을 뛰는 경우도 2명 중 1명꼴이었다.
서울시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함께 올 10∼11월 배우ㆍ성우ㆍ코미디언 등 방송연기자(560명) 및 조합원(4,9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합에 가입한 4,968명의 최근 5년간 출연수입을 분석한 결과, 연 평균 출연료는 2,812만원(2015년)→2,623만원(2016년)→2,301만원(2017년)→2,094만원(2018년)→1,988만원(2019년)으로 매년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연 소득이 1,000만원 미만인 경우가 79.4%나 됐다. 1억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연기자는 4.8%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전체출연료 지급분의 70.1%를 차지해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연기자 560명 중 응답한 529명의 연 평균 출연료 수입(1,997만원)도 비슷했다. 이 때문에 연기자 외 다른 일자리를 병행한다는 응답이 과반(58.2%)이었다.
또, 이들이 출연한 1,030개 프로그램의 출연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는 49.4%에 그쳤다. 29%는 구두 계약을 맺었고 21.6%는 다른 문서로 갈음했다.
이밖에 촬영 종료 후 야외수당, 식비, 가산료 등에 대한 정확한 정산 내용을 받지 못하거나(43.2%) 차기 출연을 빌미로 한 출연료 삭감(27.1%), 야외수당ㆍ식대 미지급(21.8%), 18시간 이상 연속 촬영(17.9%), 편집 등에 따른 출연료 삭감(12.5%), 계약조건과 다른 활동 강요(10.5%) 등 불공정 관행도 여전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