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활성화한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온라인 공연제작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혼합(MRㆍMixed Reality)현실 등 신기술과 관객 소통을 무기로 공연계가 새로운 장르 개척에 나섰다.
2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에 따르면 문예위는 지난 12, 19일 '공연예술 온라인 창작모형 실험'을 진행했다. 연극 '나의 논(Non)-고기 분투기'와 '애리 인 어더랜드'를 온라인 무대에 올렸는데, 각각 혼합(MR)현실 프로그램 '스페이셜(Spatial)'과 화상 회의 프로 '줌(Zoom)'을 활용했다. '스페이셜'과 '줌'은 원래 온라인 회의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다. 그만큼 배우들은 온라인에 접속한 관객들과 회의를 하듯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연극 '애리 인 어더랜드'는 1999년 초연된 장편극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태로 하고 있다. 19일 상영된 극은 그 중 일부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DM)'라는 특수장비를 착용한 배우들의 연기가 온라인에서 가상 캐릭터로 형상화되는 방식이다. 가상과 현실세계를 합친다는 점에서 혼합현실 기술이 적용됐다. 배우들이 한 곳에 모일 필요가 없고, 각자 집에서 연기를 할 수 있어 팬데믹 시대 방역에 이상적인 제작기법으로 평가 받는다.
'나의 논(Non)-고기 분투기'는 극단 바바서커스가 지난 10월에 발표한 '나의 음식 분투기'를 온라인으로 만든 작품이다. 환경오염과 채식주의를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줌'은 연극으로 쓰임새가 확장됐다. 카메라가 연극 장면을 실시간 화면으로 중계하면, 참여한 관객들이 공연 화면을 보고 반응하는 구조다. '스페이셜'과 '줌' 모두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화면이 송출되는 영상물과 다르다.
이 공연들은 문예위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함께 예술가의 비대면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문예위는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재난지원을 위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에 맞춰 온라인 예술활동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예위는 이번 작품들을 제작, 공연하면서 생긴 시행착오나 시사점 등을 내년 2월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공연계가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 때 널리 참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문예위 관계자는 "온라인 공연이 단순히 실황 공연의 대체재가 아니라, 영화와 연극 사이의 새로운 언어로서 새 장르, 관객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